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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0.31 15:26:44
  • 최종수정2021.10.31 15:26:44

박의석

금왕 서울마취통증의학과 원장

무릎 관절에서 물이 차는 경험은 어느 정도 연령대가 되면 흔히 겪는 일이다. 많이들 겪는 일이기 때문에 무릎에 물이 찼다고 하면 주변에서 대처방법을 전수해주는 이웃이나 가족들도 많을 것이다. 아마도 물 찼다고 뽑으면 안 된다거나 한번 뽑으면 계속 뽑아야 한다는 등의 말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무릎 관절에서 물, 다시 말해 액체가 차는 원인은 외상부터 감염, 종양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은 퇴행성 무릎 관절염 혹은 활액막염으로 인해 무릎에 삼출액이 차는 것이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경우 주로 과사용에 의해 발생하는데 수십 년간의 사용이 쌓여서 중년이나 고령에 주로 나타나지만 사용량에 따라서는 십대나 이십대의 이른 나이에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관절 내에 염증이 발생하면 염증에 의해 내부에 삼출액이 고이게 된다.

정상적으로도 관절 안에는 활액, 혹은 관절액이라고 부르는 액체가 들어있다. 이것은 단백질 등 여러 가지 물질이 섞여있는 액체인데 히알루론산이라는 물질이 포함돼 점성을 띤다. 이 점성 덕분에 활액은 충격을 흡수하고 마찰을 감소시키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다른 관절에서도 중요하지만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 관절에서 특히 중요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진료 시 자동차에 비유하여 엔진오일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곤 한다. 그런데 이 활액에 삼출액이 섞이게 되면 희석되고 히알루론산이 분해되면서 점성이 낮아지게 된다. 엔진오일에 물이 섞인 것이다. 점성이 낮아지면 당연히 윤활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어 관절의 손상을 가속화시키게 된다. 손상이 더 심해지면 더 많은 삼출액이 생성되어 활액이 더 희석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관절 내의 액체가 너무 많아져 압력에 의한 손상까지 나타나게 되고, 관절낭 자체가 늘어지고 커져 정상적인 양의 활액으로는 충분한 윤활작용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이 발생하기 전에 과도한 양의 활액을 뽑아내고 희석된 활액에 히알루론산을 보충해주어 점도를 회복시키는 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치료법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흔히 들었던 말들, 한번 뽑으면 계속 뽑아야 한다는 그 말이 생각나 물을 뽑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많다. 괜히 생긴 말은 아니다. 실제 한번 뽑기 시작한 사람들은 계속 뽑는 것을 경험하고 목격했기에 생긴 말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다. 뽑았기 때문에 계속 물이 차는 것이 아니라, 물이 찰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에 애초에 물이 찬 것이고, 그 정도로 상태가 나쁘기 때문에 자꾸 물이 차는 것이다. 어차피 자꾸 뽑을 것이니 안 뽑으면 어떨까? 위에서 설명한 악순환이 가속화돼 무릎은 훨씬 빨리 망가지게 된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 오일에 물이 잔뜩 섞였는데 그거 한번 갈기 시작하면 계속 갈아야 하고 어차피 나중에 또 갈 거 안 갈겠다는 말과 같다. 그 결과 엔진은 오일을 계속 갈았을 때보다 훨씬 빨리 망가지게 될 것이다. 간혹 물이 너무 반복적으로 차서 그냥 안 뽑겠다는 분들도 있는데 이 경우는 어차피 계속 차니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의학적 판단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이해가 빠를듯해 항상 자동차에 비유하곤 하는데 생각해보면 새 차 사서 1~2년 만에 오일을 갈아야 하는 자동차에 비하면 우리 무릎은 사실 자동차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 일반적으로 수십 년은 별 문제없이 사용하고 나서 위에 기술된 문제들이 발생한다. 수십 년간 문제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냐고 놀랄 일은 아닌 것이다. 수십 년 노고 끝에 물이 찬 무릎, 또 빼도 괜찮으니 물이 너무 찼으면 주저 말고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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