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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02 16:05:49
  • 최종수정2020.08.02 16:05:49

박의석

금왕 서울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왜 전문의들이 자신의 전문과만 진료하지 않고 전공하지도 않은 다른 전문과 질환까지 진료할까? 이는 본인의 전문과만을 전문으로 진료해서는 병원을 유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 전문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현 체계에서 모든 의료행위는 크게 보험이 되는 행위와 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행위로 나뉜다. 각각의 행위에는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데, 이를 의료수가라 한다. 보험이 되는 행위란 국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는 행위로 수가의 일부를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를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부담한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행위 내에서도 그 개인부담 비율이 각 행위별로 다르게 정해져 있다. 건강보험 공단, 다시 말해 정부기관에서 돈을 부담하기 때문에 의료수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한다. 때문에 보험치료의 경우 같은 행위라면 비용은 전국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같다. 반면에 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행위의 경우 수가는 각 병원 자율에 맡겨져 있어 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병원마다 가격이 상이하다. 비싼 장비를 사용하고 비싼 인력을 사용하여 고급화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값싼 장비와 값싼 인력을 사용하여 가격 경쟁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급여행위의 경우 시장논리에 의해 가격이 흘러가기 때문에 병원에게도 환자에게도 문제가 없다. 의료수가의 경우 시장논리에 의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하는 사람들이 잘 정해야 한다.

문제는 이 보험수가가 너무나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원가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는 항목들도 허다하다. 행위를 하는데 지출된 원가보다 낮은 수가를 받았으니 행위를 할 때마다 적자가 난다. 그러한 급여행위들만 주로 하는 병원이라면 당연히 적자가 나게 된다. 공기관의 경우 적자를 예상하면서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복지이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병원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세금 지원을 받는 것도 없다. 적자가 나면 공기관처럼 공적자금으로 메우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소유주의 통장에서 메워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체계는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이 낮은 의료 수가를 제외하면. 중요한 의료행위는 대부분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최소한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거의 반드시 의료보험의 혜택 하에 있다. 칼로 배를 열고 수술할 경우 보험 혜택을 받고, 배에 작은 구멍만 뚫고 수입 복강경으로 수술할 경우 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는 정도의 차이이지 아무 수술도 못해보고 죽게 하지 않는다. 따라서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것을 다루는 전문과일수록 혹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흔히 걸리고 자주 접하는 병을 다루는 전문과일수록 급여행위만 주로 시행하게 된다. 해당 과에서 하는 의료행위가 대부분 급여행위로 정해져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한데 이 급여행위의 의료수가가 원가보다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전문과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게 된다. 종합병원에서는 이러한 전문과들의 적자를 비교적 수익이 높은 전문과들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메운다. 하지만 그러한 것도 한계가 있다. 수익이 비교적 높은 전문과들도 급여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종합병원에서 생명과 직결된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등 꼭 필요한 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있다 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소유주의 입장에서는 의료행위를 할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에 종합병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해당 전문과를 유지하더라도 해당과가 적극적으로 의료행위를 왕성하게 하는 것을 바라지 않게 된다. 해당 전문의들은 종합병원에 취업자리가 적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본인의 전문과가 아닌 다른 전문과의 일을 하는 자리로 취업하거나 다른 전문과로 개업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규로 수련을 받는 수련의들 또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기에 해당 전문과에 지원하지 않게 된다. 그 전문과를 전공해봐야 전문의 따고나면 일자리가 없어서, 혹은 그 전문과 진료를 해서는 병원을 유지할 수조차 없어서 다른 전문과 일을 할 텐데 뭐 하러 그 전문과를 전공한단 말인가. 이러한 상황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고 그동안 전국 수많은 대학병원의 비인기과들을 미달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특정 전문과들의 의료 공백을 우리는 금번 전국적인 전염병 사태에서 일부 목도하였다. 의사 수를 지금의 백배로 늘린다고 하여도 비정상적인 수가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일 할수록 손해가 나는 과에 지원할 사람은 여전히 미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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