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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음성 꽃동네 방문… '낮은 곳으로'

마련된 의자 사양하고 1시간 넘게 쉼 없이 축복 내려

  • 웹출고시간2014.08.16 21:12:33
  • 최종수정2014.08.17 14:04:27
음성꽃동네가 설립 이래 최대 인파가 모인 날은 2014년 8월16일이다. 무려 3만1천여 명의 신자들이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기 위해 음성꽃동네 찾았다. 이날은 음성꽃동네에 최대이자 최고의 축복을 받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교황 음성꽃동네 첫 발 …"비바파파" 환영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6일 오후 4시10분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3만명이 넘는 구름 신자들이 모여 있는 음성꽃동네에 내렸다. 교황이 탄 헬기가 희망의 집 앞 잔디광장에 내려 앉자, 이곳에 모여든 신자들은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만세)를 외치며 환영했다.

헬기에서 내린 교황은 이시종 충북지사 등 영접객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카니발를 개조해 만든 오픈카를 타고 희망의 집으로 이동했다. 이 길에는 수많은 신자들이 교황의 발을 붙잡았다. 교황은 이곳에서 10여 명의 어린 아이에게 입맞춤으로 축복하고 환호하는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눴다.

불과 500m 거리밖에 안됐지만 이동시간이 10여분이 소요됐다. 교황은 "신자들과 눈을 맞추고 싶다"며 사전에 의전용 차량 대신 오픈카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해 놓았다고 한다.

◇장애인들에게 받은 뜻밖에 선물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음성꽃동네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한 몸으로 세상에 버려져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이들에게 축복을 전해 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장애인이 모여 사는 꽃동네 '희망의 집'을 가장 먼저 찾은 교황은 이곳에 장애인들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축복을 전하기 위해 찾은 교황은 오히려 이들에게 극한의 장애를 이겨내고 온 정성을 다해 만든 종이학과 종이 거북이를 선물 받았고 자수로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든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상화도 받았다.

두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김인자(74)씨는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을 선물했다.

김씨는 뇌성마비에 경추 디스크까지 겹치면서 평생 상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를 안고 살고 있다. 인천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돌봐주던 부모가 사망하자 1985년 꽃동네에 들어와 30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다.

이때부터 김씨는 장애를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식사와 세수도 발로 하지만 한방에 사는 전신마비 환자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아 꽃동네에서 '미소천사'로 불린다.

그녀는 발가락으로 붓글씨를 쓰고, 종이접기도 시작했다.

꽃동네의 한 관계자는 "평소 '인내는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했던 김씨의 생활철학이 꽃동네 장애인학교 설립 정신이 됐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된 초상화도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여성 장애인이 한땀 한땀 떠서 만든 자수(刺繡)작품이다.

이 장애인은 교황이 꽃동네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애연금을 받아 모은 돈으로 직접 실과 천을 구입해 교황의 얼굴을 자수하기로 했다.

3개월여 동안 교황의 초상화를 수놓는 일로 하루 일과 대부분을 보냈다.

불편한 몸으로 장시간 자수를 하기 어렵지만, 교황님에게 전달할 선물을 만든다는 기쁜 마음으로 바느질해 이달 초 결국 초상화를 완성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물을 전달한 김씨 등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축복의 말을 전했다.

또 교황은 이 자리에서 모자이크로 된 '예수 탄생 그림'을 꽃동네에 선물했다.

교황은 참석자들과 함께 기도를 한 뒤 희망의 집을 떠나는 순간까지 장애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교회 모범적인 애덕 실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의 영성원'으로 이동해 평신도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교황은 평신도 대표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신도들은 태극기와 교황청기를 흔들면서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연호하며 환영했다.

교황은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주님'을 모셔다 드리는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모범적인 애덕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는 삶으로 신앙을 증언했다"며 "더 나아가 언제나 그랬듯이 평화 안에서 인류를 일으켜 세우는 평신도들의 믿음직한 증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모든 사람이 저마다 품위 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자기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10여분 간 연설을 하면서 다양한 손동작과 때로는 과장된 몸짓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등 신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의 연설에 앞서 권길중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의 이기심으로 얽어맨 사슬을 끊고 가난하고 병든 형제, 교회를 떠난 형제,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 북한 동포 등 변방을 찾아 나가고자 한다"며 "우리에게 힘차게 나아갈 용기를 줄 수 있는 교황님의 말씀을 청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통역관 없이 이탈리어로 환영 인사말을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인사말을 들었으며, 평신도들은 통역용 이어폰을 통해 경청했다.

인사말 후에는 교황의 얼굴을 형상화한 목공예 작품을 기념선물로 교황에게 전달했다.

이 작품은 한국가톨릭미술가회와 공예가회 등이 참여해 만들었다.

교황은 이에 대한 답례로 권 회장에게 묵주를 선물했다.

교황은 평신도와의 만남을 끝으로 2시간 30분여의 꽃동네 방문 일정을 모두 마쳤다.

/남기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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