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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생전에 어머니는 "아이구, 허리야. 허리가 다락다락 에린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중년 이후에는 점점 심해졌고 나는 그런 말이 유독 큰아들인 내 앞에서만 더하시는 것 같아 듣기 싫었다.

어머니 가시고 세월이 흘러 내가 그때의 어머니 나이가 되었을 때 내 허리도 고장이 났다. 척추관협착증이 와서 몇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였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다행히 명의를 만나 적합한 수술을 받고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회복되었다. 어머니는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시절인지라 수술은 엄두도 낼 수 없어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것인데 난 그것을 그리 헤아리지 못했다. 더욱이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자식들을 먹여 살리느라 평생을 허리와 고개로 행상하러 다니셨다. 시골 이 마을 저 마을로 무거운 잡화 상품과 물건값으로 받은 곡식 서너 말까지 머리에 이고 논둑길 밭둑길을 하루에도 몇십 리를 걸어 다니셨으니 그 허리가 온전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젊은 시절에는 별 내색이 없었으나 중년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허리가 다락다락 에린다는 말이 신음처럼 나왔던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허리를 써야만 하는 일이 많다. 텃밭 농사 중에 고구마도 허리를 많이 써야 한다. 하지만 나는 매년 꼭 심는다. 이유는 온 가족이 모여 김장도 하고 고구마도 캐는 즐거운 잔치를 위해서다. 또한 고구마가 그렇게 맛있다는 아들 손주가 있으니 안 심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갈수록 내게 고구마 농사가 힘에 부친다.

올해는 고구마를 심는 방법을 바꿨다. 보통은 두둑에 먼저 비닐을 덮고 꼬챙이로 고구마순을 3~40도로 찔러 끼워 넣는 방법으로 하는데 이렇게 하면 고구마가 크기가 들쑥날쑥해서 먹기에 적당하지 못하다. 그래서 전문 농사꾼처럼 고구마순을 먼저 심고 나중에 비닐을 씌운 후 고구마순 끝을 빼내는 방법을 택했다. 문제는 심는 방법을 바꾸니 허리를 쓰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일일이 고구마순을 빼낸 후 가운데 흰 띠가 있는 검정비닐을 모두 흙으로 덮어줘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척 힘들었다.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해지기 전까지 작업을 마치기 위해 서두를수록 마음은 급하지만, 바늘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그 당시 어머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행상 나간 어머니는 어스름해질 무렵이면 머리에 인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허리와 고개가 아픈 것은 둘째 치고 서둘러 집에 오기 위해 마음은 숯덩이처럼 타셨다. 그 바람에 허리는 또 얼마나 망가지셨으며 그런 일이 어찌 한두 번 이었을까. 그렇게 닳을 대로 닳아진 허리를 병원 한 번 가 보지도 못했으면서 허리 아프다는 말씀을 돈이 두려워서 듣기 싫어한 나는 불효자식임이 틀림없다. 어머님 저는 용서를 구할 자격도 없습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내가 어머니 나이가 되었고 자식들이 그때 내 나이가 되었다.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이 있어선지 자식 앞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안 나온다. 아니 가능한 허리고 몸 어디고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옛날의 나처럼 자식이 듣기에 부담스러워할 것이니까.

오늘도 텃밭과 잔디밭에 허리 숙여 풀을 뽑았다. 한참 하고 나면 허리가 몹시 아프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으니 나 혼자 외친다. "아이구, 허리야. 허리가 다락다락 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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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