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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1.30 15:28:16
  • 최종수정2024.01.30 15:28:16

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삼식이'란 은어가 있다. 주로 중년 주부 사이에 쓰이는 말로 하루 삼시 세끼 집밥을 고집하는 남편을 말한다. 은퇴 후나 실직 등으로 주로 집에서 생활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하루 세 끼를 밥을 해서 상을 차려내는 일이 보통 고단한 일이 아닐진대 그런 사정을 남편이 몰라준다면 얼마나 얄미울까. 그렇다고 밥을 안 해 줄 수도 없는 일이어서 내심 속이 끓는 주부의 심정이 남편한테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는 셈이다.

삼시 세끼를 먹어야 하는 남편들이여, 아내의 눈총을 따갑게 느껴본 적이 있는가. 거의 평생을 바쳐 식구를 먹여 살리고 이제 좀 대접을 받고 편하게 살고 싶은데 고작 밥 세 끼 해 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하는 우리 가장들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 어쩌겠는가.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아무리 빛나던 과거일지라도 유행가 가사처럼 '과거는 흘러갔다'.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이다. 삼시 세끼든 두 끼든 밥은 먹어야 살므로 눈치 보지 말자. 그렇다고 너무 고지식하게 세끼 다 고집하지는 말자. 때로는 라면도 먹고 빵도 먹자. 한 끼 밥을 안 먹는다 해서 몸이 크게 축 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만날 밥하고 반찬 걱정해야 하는 아내의 고충도 생각해 보자. 그렇게 힘든 아내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준다면 아내는 너무도 고마워할 것이다.

나도 거의 '삼식이' 급이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고 배고프면 참기 힘들다. 얼마 전 해외 근무하는 아들네 집에 9일 동안 머문 적이 있었는데 젊은 아들 내외는 보통 아침 식사를 안 해서 아침때가 되면 나는 배가 고파 힘들었다. 하루 세 끼 먹는 아버지와 두 끼만 먹는 아들네 사이의 거리는 '멀고 먼 다리'였다. 대부분 아들 며느리가 부모에게 맞춰주기는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삼식이의 슬픔'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보통 집에 있을 때는 때를 거르게 되면 뭐라도 먹어 허기를 메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눈이 침침하고 힘이 없는 등 당 부족 현상에 시달린다. 나이 먹어 일어나는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 젊어서는 한 끼 정도는 대충 때워도 별문제 되지 않았으나 노인네들은 '당 부족'하면 우선 당을 보충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노인들은 비상시에 끌어다 쓸 당이 체내에 비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항상 유사시에 대비해서 평소 사탕, 초콜릿 등을 준비해서 다니는 게 좋다. 특히 여기저기 관광하느라 이동시간이 길고 일정 식사가 쉽지 않은 해외여행을 떠날 때는 비상 당분 소지가 필수다.

그래서 사는 날까지 세상을 잘 살아내려면 상황에 따라 적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인층이 삼시세끼 밥을 먹는 식습관이 몸에 배어 삼 식 한다고 해서 거의 서구 식단에 물든 젊은이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생활 전선이 바쁘니 밥과 반찬이 필요한 우리 식단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음을 이해하자. 노인층이든 젊은 층이든 각기 여건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내 입맛대로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살 수 없음은 당연하지만, 우리 이 땅의 전통 생활양식이 잡을 수 없이 떠가는 구름처럼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그렇더라도 나는 두부모 자르듯 삼식(三食)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내 생활에서 중요한 즐거움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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