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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설 지나 봄에 가까울수록 입맛이 나지 않고 뭔가 상큼한 것이 먹고 싶어진다. 이때쯤 시장에 가면 얼핏 커다란 둥근 노란꽃이 활짝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넓적하게 둘러싼 초록잎 속에 노오란 국화꽃이 핀 듯꽃 같은 채소가 눈에 들어온다. 요놈이 바로 봄동이란 배추다.

이름도 귀여운 이 봄동은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수확해서 먹는 배추다. 보통 배추 하면 속이 꽉꽉 차 큰 배추 한 통은 초등생이 한 아름에 안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김장배추를 말하지만, 봄동은 속이 차지 않고 겉잎이 커다란 접시 모양처럼 둘러 펼쳐있는 가운데 안으로 갈수록 잎이 겹겹이 작아지며 한 가운데는 노란잎이 마치 활짝핀 노오란 국화송이처럼 보인다.

한겨울에 노오란 국화꽃이라니! 시장에서 이것이 눈길을 끌어 궁금한 식욕까지 땡기면 냉큼 두어 포기를 잡아 나는 봄동겉절이를 담그는 세프로 변신한다. 봄동은 겨울을 지나면서 해풍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잎이 부드럽고 당분이 쌓여서 겉절이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우선 봄동의 밑동을 조금 잘라내고 이파리를 하나하나씩 뜯어 흐르는 물에 씻는다. 큰 잎은 된장국용으로 남겨두고 작은 잎들은 파마늘, 고춧가루, 멸치액젖과 식초 등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살살 버무린 후 봄동과 궁합이 맞는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하면 끝, 한 점 집어 맛 보면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은 그대로 봄향기가 가득하다. 갓 지은 밥에 먹는 봄동겉절이는 그 옛날 어머니가 그렇게 맛나게 해주시던 상추겉절이를 떠오르게 한다.

봄동은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다. 우선 몸에 좋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참기름과 궁합이 잘 맞으며 인, 칼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 식이섬유도 풍부해서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춘곤증으로 힘든 몸에 입맛을 돋우고 활력을 주어서 참 가성비 좋은 식재료로 대접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름을 왜 '봄동'이라 했을까. 모양이 너부데데해서 '납작배추', '떡배추'라고도 부르며 국어사전에 보면 봄동은 [봄:똥]으로 발음한다고 되어있다. 이는 봄동의 모양이 봄 들판에 넙죽하게 널브러진 소똥 같다 해서 봄똥이라고 불렀는데 먹는 음식에 똥은 좀 어색해서 봄동이 되었다고 한다.

또 봄동의 동이 겨울 동(冬)으로 '겨울을 이겨낸 배추'라는 뜻도 있다고 하는데 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봄동은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잎을 활짝 펼치고 자란다. 얼핏 보면 꽃처럼 생겼는데 엄연히 배추다.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구고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최소한의 생명활동만 유지한 채 추운 겨울을 건너듯 봄동도 겨울을 나기 위해 결구 하지 않고 잎을 납작하게 만든다. 봄동 같은 다른 풀들도 잎을 세우지 않고 로제트형으로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나무처럼 겨울을 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사람만이 생존에 지혜로운 것이 아니고 작은 풀들 하나도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지혜를 쌓아왔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봄동은 이렇게 속을 활짝 벌린 채로 월동한다. 그래서 따뜻한 남쪽 진도, 완도, 청산도나 해남 등에서 잘 자란다. 봄동은 눈을 맞고 얼었다가 해풍을 맞으며 녹기를 반복해 잎이 부드러진다. 게다가 봄동의 주산지인 청산도는 따뜻한 바닷물이 땅 기온을 올려주고 해무가 밭으로 올라와 단맛을 배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봄동 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들은 전부 청산도 봄동을 찾는다고 청산도 이장님이 자랑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름에 '봄'이 들어 있지만 주로 겨울에 귀한 맛을 선사하는 봄동이 고맙다. 꽃이 우리에게 대가 없는 기쁨을 주듯 겨울을 나는 나무로부터 인내를 배우듯

봄동처럼 사람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것들이 있어 우리는 사는 맛이 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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