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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나이 들어가면 두드러지는 증상이 있다. 건망증이다. 건망증은 무언가 기억해야될 만한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물론 기억해야 하는 일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어느 순간 잊는다 해도 기억을 더듬어 생각하면 대부분 살려낸다. 그러나 나이 들면 달라진다. 이제 나도 흔히 말하는 칠학년에 진급해 심한 건망증의 시대에 들어섰다. 말 그대로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도대체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다. 그래서 외출할 때는 습관적으로 세 가지는 꼭 되뇌어 본다. 휴대폰, 자동차키, 지갑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는 다 중요하지만 이 중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못한다. 어디 연락을 할 수도 받을 수도 없어 난감하다. 더구나 휴대폰에 온갖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신용카드까지 끼워 갖고 다녀 이걸 잃어버리면 정신과 재산까지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꼴이 된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 조그만 기계가 없으면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을까. 휴대폰 나오기 전 시대에는 이것 없어도 잘만 살았다. 이제는 이 휴대폰이 보물이다. 휴대폰 보다 차라리 돈을 잃어버리는 것이 낫다.

얼마 전에 지하철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고 휴대폰에 끼워 두는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기차를 타고 두 정거장 지나 무슨 문자 보낼 일이 있어 휴대폰을 찾았더니 아뿔사 가방 속에 끼워있어야 할 휴대폰이 안 보였다. 순간 식겁했다. "어, 어찌 한다?" 정신을 가다듬어 기억을 더듬었더니 아직은 기억세포가 다 죽지 않았는지 편의점에 들러 어렴풋이 양손에 물건을 들은 탓에 편의점 입구 난간에 휴대폰을 잠시 놓았던 기억이 났다. 다시 허겁지겁 되돌아가 봤더니 다행히 휴대폰이 그 자리에 있었다. 잃었던 자식 찾은 양 어찌나 반가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 한 번의 사건은 지난 강릉문학기행 때 일어났다. 이번에는 우산이다. 비가 간간이 내려 우산을 쓰며 예정한 명소를 둘러보고 나서 까페에 들러 얘기를 나눈 후 저녁식사를 위해 다른 곳으로 7~8분 걸어 이동했다. 우산은 까페 입구 우산통에 넣고 들어갔었는데 나올 때 또 까맣게 잊고 그냥 나온 것이다. "또 사고를 쳤구나" 자책하며 이제는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한다. 어쩔 수 없다. 다만 그 얕은 기억이나마 꽉 붙잡으려고 미리 생각해서 항상 "뭐 빠진 거 없나?" "놔두고 나오는 건 없나?" "챙길 것 없나?" 하고 스스로 되뇌어 묻는다.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잠을 충분히 자고 독서, 시낭송 등 머리를 많이 쓰는 활동을 하며 걷기운동, 과일채소식단 위주로 하면 어느 정도 기억력 감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노화는 필연적이어서 기억력 감퇴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다만 치명적인 치매가 오지 않으면 다행이고 크고 작은 건망증에 대처하기 위해 평소에 '스스로 묻고 챙기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것이 휴대폰 같은 보물을 잃어버려 낭패 보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계절의 운행이 어김없이 이행 되듯 우리 인간도 생로병사의 단계를 거스를 수 없다. 모든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점점 작아져가는 자신을 한 발 떨어져서 화려했던 장미 지는 모습 보듯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 따라 파란 하늘 흘러가는 흰 구름이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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