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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사귀어 두고 밤에 서동을 만난대요"

이 노래는 우리나라 최초의 향가인 '서동요(薯童謠)'로 이에 얽힌 백제의 서동과 신라의 선화공주에 대한 드라마틱한 러브 스토리가 익산 미륵사지를 배경으로 전해 오고 있다.

서동 소년은 어머니가 일찍이 과부가 되어 서울(서라벌) 남쪽 연못가에 집을 짓고 살던 중 어머니가 연못의 용과 정을 맺어 낳은 아들로 도량이 비상하고 항상 마를 캐어 팔아 생계를 삼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아명을 서동이라 불렀다, 그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善花)공주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선화공주와 결혼할 것을 결심하여 더벅머리를 깎고 중의 행색으로 서울로 올라와 동네 아이들에게 마(麻)를 나누어 주며 노래 하나를 지어 아이들이 따라 부르게 했다. 아이들이 부르는 이 외설적인 노래는 마침내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 화가 난 왕은 선화공주를 궁에서 쫓아냈고 쫓겨난 공주 앞에 마침내 서동이 나타나 "저는 백제의 가난한 백성 서동입니다.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어서 거짓 노래를 퍼뜨렸습니다. 용서하시고 저와 결혼해 주세요." 하자 선화 공주는 용기 있고 지혜로운 서동에 감동하여 그와 결혼하였고 이후 서동은 백제의 왕(무왕)이 되고 선화공주는 왕비가 되었다. 서동이 왕위에 오른 어느 날 왕비와 함께 불공을 드리러 가던 중 용화산 아래 연못 속에서 세 분의 미륵부처님을 보고 왕비가 청하여 그곳에 지은 절이 바로 미륵사라고 삼국유사에 전해오고 있다.

서동요의 배경설화가 깔린 미륵사가 궁금했던 차에 지난달에 익산 미륵사에 문화탐방 갈 기회가 있어 어린애 같은 호기심 어린 기대를 갖고 떠났다. 미륵사지 주차장에 차에서 내리자 뒤편 멀리 문필봉 같은 용화산 아래 넓디넓은 들판에 양 쪽으로 두 개의 거대한 탑이 서 있는 풍경에 그만 압도당했다. 미륵사진 왼편에 늘어있는 주춧돌 등 기반석의 크기와 다양함에 또 한 번 입이 벌어졌다. 1천400여 전에 이런 규모의 절이 세워졌다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지상의 절 풍경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지하에 건립되었다는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절의 원형이 몹시 궁금했었는데 다행히 절 전체를 복원한 모형도가 있었다. 멋진 회량으로 경계 지은 좌우 금당 앞에 예의 그 거대한 9층 석탑이 좌우로 원래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 그런데 지상에 동탑(東塔)은 원형대로 복원해 놓았는데 왜 서탑(西塔)은 원형 복원된 모습이 아닐까. 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일제강점기 때 크게 헐어진 부분을 시멘트로 메워 6층까지만 있는 형태로 복원되었는데 2001년부터 17년간 해체보수작업을 한 결과 일제강점기 때 시멘트로 때워 보수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보수작업 설계의 논쟁에서 중간에 보수한 것도 역사라는 논리가 우세했다는 얘기다.

나는 그때 해체복원작업에서 박물관 안의 원형복원도처럼 동탑, 서탑이 9층의 원형대로 복원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후세의 우리들은 우리 조상이 맨 처음 이 절을 세웠을 때의 모습을 보고 감동하지 아픈 역사의 흔적을 보고 감동할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서다. 언젠가 미륵사가 원형대로 복원되어 서동요의 설화가 노을빛처럼 깔리는 미륵사에 웅장한 두 개의 9층탑이 석양에 빛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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