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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6.25 15:35:13
  • 최종수정2024.07.09 14:16:24

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괴산에서 가장 오래된 절을 꼽으라면 단연 각연사다.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 때 유일대사가 세운 절로 청천에 있는 천년고찰 공림사보다 300년 전에 지어졌다고 전한다.

나는 각연사를 매년 봄, 가을에 적어도 두 번은 간다. 봄 연둣빛 새잎 나는 모습과 가을 단풍 속에 각연사를 보기 위해서다. 가을 각연사가 주는 단풍 정조도 좋지만 봄 각연사도 그 못지않다.

각연사 옆을 흐르는 작은 계곡 위에 절 바로 입구까지 잇는 작은 다리가 있고 다리 옆과 아래쪽에 수백 년은 되었을 고로쇠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한 그루는 세월의 무게에 눌려선지 반쯤 누워있고 나머지 한 그루는 아직도 하늘 향한 젊은 기운을 자랑한다. 그 고로쇠나무에 돋아나는 수많은 새 이파리를 보노라면 마치 밤하늘에 연둣빛 별이 반짝이는 듯하다.

내가 '고로쇠다리'라 부르는 이 다리를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너른 요사채 마당이 나오고 또다시 돌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을 말하는 돌계단에 올라서면 대웅전 마당에 이른다. 대웅전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정면 3칸의 맞배집으로 단순 소박한 멋이 있다. 안에는 여느 절처럼 석가여래, 아미타래, 약사여래 3분의 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열려있는 대웅전 안에 장삼 가사를 갖춘 스님이 잔잔한 음성으로 나직이 염불을 외신다. 그 염불소리에 나는 절로 합장을 하고 나온다.

대웅전 왼쪽 조금 높은 위치에 비로전이 따로 있다. 이렇게 비로전이 별도로 있는 절은 큰 절에 속하지만, 각연사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비로전이 따로 있는 것을 보면 옛날 각연사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이 비로전에 보물 433호인 석조 비로자나불이 봉안되어 있다. 돌로 만들어진 부처님을 법당에 모시는 곳이 흔하지 않은 데다 이 비로자나불 뒤에서 받치는

돌로 만든 광배(光背)가 있다. 광배는 연잎형태로 높이가 3미터가 넘고 불상 전체를 감싸는 거신광(擧身光)과 머리 주위의 빛을 표현하는 두광(頭光)과 몸 주위의 빛을 표현하는 신광(身光)을 구획하였다고 한다. 또 광배에는 9개의 작은 불상(化佛)이 본존인 비로자나불과 같은 지권인을 취하고 있다. 지권인(智拳印)은 부처의 손모양으로 오른손은 부처를, 왼손은 중생을 상징하며 너와 나,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닌 하나로서 미혹과 깨달음이 하나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불교에서 말하는 것이다.

비로자나불은 진리를 표현한 불상으로 온 세상에 존재하는 불법(부처님 법)의 진리를 광명 또는 태양으로 형상화한 부처이다. 부처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면서 '불법과 스스로에게 의지하지 석가모니 부처 자신에게 의지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는 모든 중생 각자가 깨달음의 주체임을 말한 것으로 석가모니 부처의 열반 후에 사람들은 부처가 남긴 불법의 진리를 신앙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부처가 바로 비로나자불이라고 한다. 나는 불법도 잘 모르고 불교를 종교로 하지 않고 있지만, 각연사의 비로자나불을 보면서 불법의 진리를 믿어 불법에 귀의해서 깨달음을 얻어 가는 어떤 삶을 상상해 보게 된다. 인자한 미소를 띠고 말없이 바라보고 계시는 비로자나불 부처님 앞에 경건히 고개 숙여 중생의 부끄러움을 합장하고 나온다.

각연사는 절 이름에 창건설화가 깃든 절이다. 이 설화에 의하면 신라 법흥왕 때 한 대사가 사찰을 짓기 위하여 쌍곡리 근처에 자리를 잡고 공사를 시작하였는데, 갑자기 까마귀 떼가 나타나서 대팻밥과 나무 부스러기를 물고 날아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까마귀를 따라가니, 조그마한 못에 물고 온 대팻밥을 떨어뜨리고는 못가에 앉아 쉬고 있어서 물속을 들여다보니 한 석불이 앉아있어 그 못을 메워 절을 짓고 연못 속에서 부처로서 깨달을 수 있다(覺有佛於淵中)하였기에 각연사라 이름하였다 한다. '깨달음을 준 연못'이란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각연'(覺淵)이란 글자가 좋고 이를 절 이름으로 한 것도 좋다.

각연사는 보개산 자락으로 둘러싸인 안옥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절 어느 곳에서 하늘을 봐도 하늘이 절을 둘러싸고 있는 듯이 보여 더욱 좋다.

오늘도 가을하늘처럼 푸른 하늘에 커다란 뭉게구름이 천천히 지나고 나직이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정적 속에서 마음 충만함에 감사하며 녹음 울창하게 우거진 십 리 각연사 가는 길을 천천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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