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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생전에 우리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참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셨다. 반찬이 별로 먹을 게 없을 때도 어머니가 나서면 한두 가지 반찬을 금방 뚝딱 만들어 상을 차리셨다. 이를 두고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에미는 참 손맛이 좋구나"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며 흡족해하셨다.

내 아내가 우리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음식 하나가 있다. 배추 시래깃국이다. 배추겉절이나 배추김치를 담기 위해 큰 배추 한 통을 다듬으면 어머니는 퍼런 겉잎을 거의 버리지 않았다. 누런 잎만 떼 내고는 큰 냄비에 국 멸치 한 줌과 생마늘 몇 개를 칼손잡이로 쿡쿡 찧어 넣고 된장을 풀어 배추 시래깃국이 끓여 주시곤 했는데 그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아내는 배추 시래기가 생기면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배추시래깃국을 끓여 내면서 이건 우리 어머니한테서 배운 솜씨야 하고 자랑스레 얘기한다. 나는 그 시래깃국 맛을 보며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며 어머니가 또 그리워진다.

나도 알게 모르게 어머니한테서 배운 음식 솜씨가 하나 있다. 나는 시골로 귀촌하여 주말부부로 산 지가 오래된 관계로 웬만한 반찬은 다 할 줄 안다.

그 중에서 김치는 아내나 다른 사람한테서 잘 담근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다. 저번에 한 번은 집에 초대한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어쩌면 김치맛이 이리 좋으냐 비법이 무엇이냐는 등 놀라 묻는 바람에 무슨 세프가 된 느낌이었다. 그 손님 중에 한 분이 꽤 진지하게 김치를 담는데 뭐가 제일 중요하냐고 물어 얼핏 간이 맞아야 하는 데 간은 배추를 잘 절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선 속으로는 피식 웃었다. 이제 겨우 몇 년 김치를 담가본 남자가 감히 주부에게 요리 비법을 말하다니 낯이 좀 부끄러웠다.

귀촌 10년 차로 주로 식단을 혼자 해결하는 나는 가급적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대로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10여 년을 해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음식 솜씨가 는 것 같다. 웬만한 나물 반찬이나 국은 별도 레시피를 보지 않아도 해내는 것을 보면 마치 어머니가 하시던 모습을 닮아가는 것 같다. 어머니는 그저 간단한 재료로 파 숭숭 썰고 마늘 쿵쿵 찧어 도마소리 몇 번 탕탕 나면 마술하듯 금방 음식을 만들어내셨는데 그 신통한 비법이 다름 아닌 어머니의 손맛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음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그렇다, 양념이라고 해 봐야 된장 고추장 파 마늘밖에 없는데 무슨 소스나 조미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맛난 음식을 만드신 것은 어머니의 손맛 때문이었다. 내가 어머니의 손맛을 따라가려면 죽어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손맛 유전자가 나한테 전해진 건지 모르나 나에게 내 아내의 평대로 간을 맞추는 감은 조금은 있는 것 같다. 그저 재료와 양념을 눈대중으로 가늠하면서 대략 이 정도 간을 맞겠다 싶어 그대로 하면 간이 거의 맞는다. 참 내가 봐도 신기하다. 이것도 손맛이 될까.

가을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호박이 다투어 열린다. 그중에서 애호박 때 미처 못 따 먹어 조금 쇤 호박이 생긴다. 어머니는 그 쇤 호박에다 고추장 된장 감자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마늘 몇 개 쿵쿵 찧어 넣고 멸치 몇 마리 던져 뭉근히 끓이셨다. 어머니가 붙이신, 이름하여 '호박장'은 그렇게 꿀맛일 수 없었다.

어머니의 손맛이 살아있는 호박장을 내가 다시 만들어 온 가족이 어머니와 함께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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