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0.6℃
  • 구름조금강릉 15.2℃
  • 박무서울 14.0℃
  • 흐림충주 13.6℃
  • 맑음서산 12.7℃
  • 박무청주 14.8℃
  • 박무대전 13.6℃
  • 구름많음추풍령 12.8℃
  • 박무대구 14.5℃
  • 박무울산 15.6℃
  • 박무광주 14.6℃
  • 흐림부산 16.3℃
  • 구름많음고창 11.9℃
  • 박무홍성(예) 12.6℃
  • 흐림제주 18.9℃
  • 흐림고산 19.3℃
  • 맑음강화 11.3℃
  • 흐림제천 8.9℃
  • 구름많음보은 12.5℃
  • 구름조금천안 11.8℃
  • 구름많음보령 14.5℃
  • 구름많음부여 13.8℃
  • 구름많음금산 13.2℃
  • 구름많음강진군 13.6℃
  • 구름많음경주시 14.9℃
  • 흐림거제 16.5℃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땀만큼 정직하고 소중한 게 있을까. 땀은 힘을 쏟은 결과 나오는 노력에 대한 증거물이다. 땀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거의 물 같은 땀을 배출한다. 근력보다 지구력이 높아지도록 진화한 사람은 오래 에너지를 발산하면 체내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단시간에 힘을 써서 나오는 땀보다 오래 힘을 써서 나오는 땀의 양이 월등히 많은 것이다.

시골에 사는 나는 이것저것 힘써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특히 여름철에 엄청나게 자라는 풀을 베어 내려면 땀을 비 오듯 흘려야 한다. 무거운 예초기를 메고 기다란 장대에 달린 날을 휘둘러 적군을 베어버리듯 풀을 쓰러트리며 나아간다, 그렇지만 그 베는 쾌감은 순간이고 뒤따르는 '힘듦'이 더 고통스럽다. 산 밑에 위치한 우리집 주위에 무성한 풀을 다 베어 내려면 이틀은 땀을 바가지로 흘려야 한다. 더구나 집 앞과 뒤가 경사가 상당한 편이라 힘은 배로 든다.

풀을 베기 위해서는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어설프게 나섰다가 말벌에 쏘이기라도 하면 며칠씩 고생을 감수해야 하고 특히 목 주변에 쏘이면 부기가 기도를 막아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어 무조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말벌은 제 집을 건드리면 순식간에 바로 달려들어 독침을 쏘기 때문에 덩굴 등이 우거진 곳은 미리 기다란 작대기로 툭툭 쳐 보아 말벌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풀 베러 나갈 때는 망사모자, 안면보호대, 앞치마 등 필수장비를 꼭 갖추고 나가야 한다.

풀 깎기만 힘 드는 일이 아니다. 텃밭 가꾸는 일도 100평만 되어도 만만치 않다. 나는 텃밭과 잔디밭, 꽃밭, 연당, 비닐하우스 등 200여 평을 관리한다. 현재까지 이 정도를 가꾸고 소화하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갈수록 힘에 부침을 느낀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도 힘이 많이 들었다. 연못 보수와 헛간 신축, 비닐하우스 내 책방 설치 등으로 나 혼자 해내야 할 일이 많아서다. 비전문가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면 나중에는 어느 정도 처음에 그렸던 모양이 나와 결과에 흡족하곤 한다,

수개월 이런 일에 쏟은 땀을 측정해 보았다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작업 때마다 비에 젖듯 땀에 흠뻑 젖은 옷을 보면 가늠이 안 된다. 땀 흘려 노동을 하면 대개 그에 따라 목표했던 '결과물'을 주지만 부수적으로 '덤'도 준다. 근력과 지구력이 늘어나고 많은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어 얼굴이 환해지는 등 건강한 몸을 선물한다. 덤이고는 참 괜찮은 덤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은 내가 시골에 사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거기에다 맑은 공기와 자연풍경까지 몸과 마음에 들이니 이만한 행복이 없다 싶다.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는 몸은 쓸 수 있을 때까지 써야 한다. 정신을 항상 맑고 살아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하며, 육체 또한 활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한 힘을 써서 땀을 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땀을 흘린다는 것은 우리가 생생히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나는 오늘도 시골 농부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땀이 나도록 정성으로 텃밭과 정원을 가꾸면서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기쁨 속에 사는 삶에 만족한다. 그리고서 아침햇살 받으며 기상나팔을 힘차게 불어대는 나팔꽃 같은 또 다른 싱싱한 하루를 기다린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