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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수업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 있다. '질문 있는 사람?'이라는 질문에 묵직한 침묵이 가득한 순간 말이다. 어느새 우리에게 질문은 왠지 하면 안 될 것 같은, 어렵고 눈치보이는 일이 되어버렸다. 개별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차라리 괜찮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현장에서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질문을 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 폐막식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에 감사를 표하며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 우선권을 주었으나 한국 기자들 중 누구도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이 일화는 '질문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하나의 완벽한 정답을 고르는 것이 익숙한 우리에게 질문 또한 마치 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 질문 또한 문제의 정답을 고르듯이, 하나의 완벽한 질문을 해야할 것 같다는 것이다.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은 책에서 '진심으로 궁금해야 질문이 나온다'며, 질문의 시작은 공감(共感)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감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그 사람의 처지와 마음을 탐색해 가는 과정이다. 그 사람에 대해 진심으로 알고 싶을 때,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배움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 '질문'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질문은 단순한 물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넓히고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통로이다. 질문을 통해서 우리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해보지 않았던 세상을 경험하게 되며,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질문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앞으로 무엇을 더 알아가야 할지를 탐색하게 된다. 질문은 우리의 경험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힘이다.

Chat GPT의 등장으로 다시금 질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누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이제 인류에게는 단순히 주어진 정보를 찾아 대답을 토해내기보다는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탐색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는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고, 놓쳤던 것을 알아내기 위하여 다양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 사회에서는 질문을 던지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질문은 정답이 아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좋은 질문은 삶의 다양한 국면들에 대해 '공감'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진심으로 궁금해 하는 마음을 가지며 공감하고자 할 때, 우리는 수많은 질문을 갖게 된다. 그 때에는 더 이상 질문이 어렵고 눈치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을 공감하고, 깊이 알아가기 위해서, 그 대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서 마음에서 저절로 솟아나오는 것이다.

질문이 풍부해지는 사회는 곧 공감이 풍부해지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과 더불어 교육 현장에서부터 공감하며 질문하는 연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와 타인,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마음을 갖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넓혀나가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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