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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능력을 자만한 채 낮잠을 자는 등 게으름을 피워 결국 경주에서 진 '토끼'와 느리지만 성실히 언덕을 오르며 승리를 얻은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두고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었다든가 공동체 정신이 부족했다든가 하는 비판적인 해석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 들었던 이 이야기의 핵심 교훈은 바로 '꾸준함'이라 할 수 있다.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꾸준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이든 성실하게 오랜 시간 지속해 나간다는 것은 개인의 엄청난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하기 싫어지거나 지치는 순간들에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부지런히 끈기 있게 수행해 나갈 때 우리는 '그 사람 참 꾸준하다'라고 이야기한다. 혹자는 이런 꾸준함과 성실함을 일종이 '지루함'이나 '재미없음'으로 여기기도 한다.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과 달리 꾸준한 사람은 마치 경쟁력이 없거나 뒤처지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도전하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에는 이러한 꾸준함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이른바 '갓생(God生) 살기' 열풍과 함께 꾸준히 무엇인가를 해 나가는 삶을 공유하는 챌린지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매체에서는 꾸준히 자신만의 것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한 교양수업에는 이러한 꾸준함을 연습할 수 있는 '실천보고서' 과제가 있다. 수강 학생들은 학기 초 '이번 학기 동안 내가 이루고 싶은 변화(실천)' 주제를 선정하고, 이를 8주 동안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실천 계획은 어떤 주기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떠한 활동을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작성해보고, 이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 8주가 종료된 후 기대하는 결과 등에 대한 기술이 포함된다. 이 과제가 시작되고 8주가 지나고 나면 학생들은 자신의 수행 과정을 정리하며 무엇을 느끼고 경험했는지 성찰하게 된다. 처음 이 과제를 받고 학생들은 낯설고 어려워했으나, 학기가 끝난 후 학생들이 보여준 반응은 달랐다.

많은 학생들이 과제를 통해서라도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 본 경험이 스스로에게 굉장한 성취감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으며, 한 학기 동안 잠깐의 시간이지만 자신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다는 점이 뿌듯했다고 회고하였다. 앞으로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한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 세웠던 계획은 다양했다. 운동이나 취미 생활, 독서, 공부, 캠페인, 글쓰기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주제를 실천했지만, 어떠한 계획이든 꾸준히 실천해보려고 시도하고, 혹 계획했던 만큼 이루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깊이 성찰해보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꾸준함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교육은 인간의 변화를 촉진하는 활동이다.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교육이란 들통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에 불을 지피는 일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학교 교육은 단지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익히기 위함이 아니다. 무엇이든 꾸준히 이루어나감으로써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를 벗어난 후에도 자신의 길을 꾸준하고 성실히 걸어나갈 수 있게 된다. 학교만큼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더 위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꾸준하고 성실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꾸준함'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꾸준함이 곧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원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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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