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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벌써 5월이다. 올해가 시작 된지 어제 같은데 이미 1/3이 훌쩍 지나버렸다. 세월의 덧없음을 탓할 겨를도 없이 사방의 아름다운 꽃들이 내 맘을 위로한다. 역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온갖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천방지축 어리광을 부린다. 회색빛 세상이 녹색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움츠려들었던 어깨를 펴고 새롭게 희망을 바라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온갖 가정의 날 행사가 5월에 들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라는 말은 1920년대 아동문학가인 소파 방정환 선생이 첫 아동잡지인 '어린이'를 발간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어린이날은 1923년 5월 1일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했으나 일제 강점기에는 행사를 금지시켰고 해방 후 1946년 5월 5일에 다시 기념행사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처음 어린이날을 제정할 당시는 어린이들의 처지가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존중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 두명의 자녀만 낳게 됐다. 그 결과, 중산층 이상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지나치게 떠받들고 과보호하고 공주님, 왕자님으로 대우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 현실이다.

어린이날이 되면 요즘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고가의 선물을 준비하고, 외식은 물론 놀이공원에도 데리고 가야 한다. 이런 것이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편화된 어린이날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의 물질적 배려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됐던 1960~1970년대의 어린이들에게는 감격스러운 기쁨이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 다수의 어린이들에게는 너무 많은 배려와 지나친 사랑으로 웬만한 선물이나 음식은 당연한 것이 됐다.

이제 이런 방법의 어린이날 행사로는 그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도 없고, 부모들의 사랑을 전달하기에도 너무도 부족하다. 평소에 먹고 싶은 것 다 먹을 수 있고, 갖고 싶은 것 다 가질 수 있고, 주말이면 당연히 가족 나들이나 외식 정도는 상식처럼 되어 있는 그들에게 어떤 정도의 선물이 기쁨이 되고 부모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겠는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다. 그러나 사랑의 표현을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자녀들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물질적인 사랑이 지나치면 물질의 가치나 소중함도 모르고 자녀들의 마음도 병들게 한다. 반면 정신적인 사랑은 자녀들에게 행복과 안정을 주고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는 양식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미명 아래 자녀를 소유하려 하거나 마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액세서리로 착각하는 사랑은 더 위험하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자식 또한 내가 낳았지만 내 것이 아니다. 그들은 비록 작지만 인간 고유의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이다. 어리다고, 힘이 없다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대항하지 못하지만 부모의 잘못을 다 느끼고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한다.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려면 자녀를 어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떠받들고 비위맞춰야한다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자녀를 어려워한다는 말은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며 항상 깨지기 쉬운 그릇처럼 조심해서 다루어야한다는 뜻이다. 어리다고 무시하고 너는 내 자식이니 내 맘대로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그들의 고유한 인격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이제 어린이날의 의미는 달라져야 한다. 어린이날은 어른들이 반성하는 날이다. 지난 날 자녀들에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 깨닫고 반성하고 앞으로 존경받는 부모가 되기 위한 실천 가능한 방안을 세워야 한다.

또한 어린이날은 주인공인 자녀에게 기쁨을 주는 날이어야 한다. 선물 받는 단순한 기쁨만이 아닌,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는 보람의 기쁨,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기쁨, 부모나 형제 또 주위로 부터 존중받는 기쁨을 느끼는 날이 돼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건강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주는 것이 진정한 어린이날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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