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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3.02 09:16:49
  • 최종수정2021.03.02 09:16:49

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몇 년전 일이다. 모 방송에서 방영된 노인들의 프로그램인데, 그 당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하여서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이야기다. 이 게임은 한 사람이 설명하고 다른 한 사람이 주어진 시간 내에 단어를 맞추는 것이다. 드디어 두 노인 부부 차례가 됐다. 정답은 '천생연분'인 데, 할아버지가 '우리 같은 부부를 말한다'고 설명하자 할머니는 '웬수'라고 지체없이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아니, 아니, 네 글자로 말 야' 라고 하자 '평생웬수'라고 대답하여 스튜디오 안은 물론 시청자들이 배를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 할아버지의 생각은 자신들의 부부 관계가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할머니의 생각은 전혀 딴판이다. 평생 한 집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한 부부의 마음이 왜 이리도 다른 것일까. 모두 눈물이 나도록 웃었지만 웃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의 부부는 좀 다르겠지만 우리 세대의 아내들은 거의 80% 이상 그 할머니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요즘 거리에서 젊은 부부의 외출을 보면 남편이 아기를 아기 보에 넣어서 메고, 아기 가방도 들고. 심지어는 아내의 가방까지도 들어주는 남편도 가끔 보인다. 그 광경을 보면서 '시어머니가 보면 어떤 기분일까'하고 생각해 본다. 당시 우리 세대의 부부외출은, 흔한 일도 아니었지만 아기 업고, 모든 짐 들고 한 걸음 앞서 걷는 남편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는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속담이 실감난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 아내들의 자리에도 볕이 들었다. 이것은 저절로 주어진 것도 아니고 남편들이 양보해서도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회의 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여성들에게도 경제권이 주어진 것이다. 이전 세대의 많은 여성은 거의 남성들에 의존하여 살았다. 결혼도 일종의 생존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였다. 결혼은 아이 낳고 키워주고 일해주고 먹고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남존여비의 사상은 조선 시대의 유교 사상에 그 문제의 뿌리가 있다. 삼강오륜에서도 부부유별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그 시대의 여성에게 칠거지악이라고 하는 무거운 굴레를 씌워서 남성 위주의 사상을 고착화하였다. 물론 유교 사상이 다 나쁜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게 된 것과 같은 순기능도 있지만 남녀 관계에 대한 역기능은 심각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젊은 부부의 경우에는 가정의 경제권도 거의 아내에게 있다. 나이 든 우리 세대가 겪었던 매운 시집살이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 너무도 힘들게 살다 간 할머니들의 한을 이제야 풀어드리는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변화의 시대에 사는 부부 관계의 올바른 정립이다.. 이제 아내들이 힘이 생겼다고 해서 과거의 남편들처럼 횡포를 부려서는 안 된다.

그 결과는 이전 TV 프로그램에서의 그 할머니의 대답이 반대로 할아버지의 대답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시대의 부부의 관계는 동등하다. 그렇다고 부부의 역할이 똑같지는 않다. 마치 남편이 아기를 낳을 수 없고, 그러나 아내도 혼자서는 아기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신은 우리에게 이러한 고유한 역할을 주었고, 정서적인 면에서도 많이 다르게 만들었다. 이러한 특수성을 바탕으로한 부부관계의 역할의 균형이 절실하다.

우리 부부는 내년에 결혼 50주년이 된다. 그러나 아직도 굳이 남녀가 결혼이라는 굴레 속에서 힘들게 살아야하느냐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이제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성장한 후에는 거의 인성이 바뀌지 않는다. 배우자를 내 맘에 맞게 바꾸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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