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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자존심이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인간만이 소유할 수 있는 소중한 가치이다. 어느 정도의 지혜는 동물도 가지고 있지만, 자존심(자아존중감)만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인간의 전유물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 가정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가정교육을 통하여 의도적 또 무의도적으로 이것을 배운다. 자녀는 자라면서 부모의 말이나 행동, 자녀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성장한다. 그것은 그들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자존심의 밑바탕이 된다. 이 영향은 그 후의 학교교육보다도 자녀의 인격형성에 더 크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형이, 또는 동생이 상대방의 잘못을 의기양양하게 고자질하다가 부모님께 호되게 야단을 맞고 무색해 버린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혼난 것은 고자질한 행동 때문인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고자질은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치사한 행동이며 자존심 없는 태도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나 역시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동네에 서커스단이 왔는데 같은 또래의 친구들 서 너 명이 어울려서 서커스단이 친 천막 한 구석에 엉성하게 뚫린 구멍으로 몰래 기어들어갔다. 재미있게 구경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면서 식구들에게 공짜로 구경한 이야기를 신나게 자랑했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던 아버지가 듣고 호되게 꾸짖어 무안해서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때 어린 마음에도 내가 왜 혼이 나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자존심이란 무엇이며 왜 지켜야하는지를 알아간다. 때론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느끼지만 어렵게 그것을 극복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존심을 키우며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무던히 노력하며 인내한다. 본능적인 욕구가 일어날 때 그것을 극복하는 일은 힘들다. 그러나 그 후에 느끼는 흐뭇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남이 욕한다고 같이 욕을 하면 당장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그 후에 느끼는 자존심의 아픔은 보상 받을 길이 없다.

우리가 남의 것을 도적질하지 않는 이유는 법이 있기 때문이거나 남에게 들킬까봐서가 아니라 내 자신 스스로가 그런 행동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 그것이 바로 자존심이다. 자신의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자신의 비열한 행동을,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행동을 스스로 견딜 수 없는 마음이 자존심이다. 그런데, 문제는 스스로의 말이나 행동이 잘못된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비 인간적인 마음의 소유자가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매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우리 사회의 흉악한 범죄들, 그 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사회의 지도층이라 불리는 대학교수들이나 정치인들의 일탈행위들, 누구나 한두 번 실수할 수는 있다. 그 후에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은커녕 후안무치한 변명과 거짓 해명들에 대다수 국민들의 가슴은 멍들어 간다. 세 살짜리라도 알 수 있는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정치인들, 거짓이 들통 나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뻔뻔하게 버티는 용기, 그런 사람들을 세워 논 순진하지만 어리석은 국민들, 늦게 깨닫고 가슴앓이 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는 잘 해 보자. 다시는 후회하지 말자. 눈과 귀를 크게 열고 바로 보고 바로 들어서 우리의 자손들이 영원히 살아가야 할 이 조국을 지켜야 한다. 자존심 있는 사람들을 바로 세우고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강하고 경쟁력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보면서 느낀 것이 많다.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연일 매스컴에선 메달보다 선수들의 투혼과 멋진 경기력 등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국내 팬들의 관전 수준도 그만큼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뭔가 가슴 한 복판에 서늘한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아침 뉴스에 OECD국가 중에 백신 접종률이 최하위란 소식을 들으면서 또 한 번 가슴이 서늘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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