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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어려서부터 행복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차츰 나이가 들면서, 추상적인 개념들이 이해되었지만 늘 석연치 않았던 것은 '행복'이라는 단어였다. 그것은 분명 좋은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행복에 대해 분명하게 정의를 내려 주는 사람도 없고 책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스스로도 이것이 행복이구나라고 느껴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가끔 삶 속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될 때까지도 행복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결국, 나름대로의 체념 섞인 결론을 내려 버렸다. 즉,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좋고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던가를 현재로 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리고 그때의 좋았던 기분을 행복과 연결시켜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게도 행복한 순간은 분명 있었다. 중학교 입학시험 발표가 있던 날, 학교 운동장에서 한 시간 전부터 가슴 두근거리며 발표를 기다렸다. 마침내 게시판에 붙이는 합격자 명단에서 내 번호를 발견하고는 "야-!" 소리치며 어머니를 붙잡고 깡충 깡충 뛰던 그 때의 환희가 돌이켜보니 그것이 바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동안 소식 모르던 어린 시절 친구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을 때, 변해진 모습에 자신 없어 머뭇거리다가 확인한 순간, "정말 너 였구나"하며 손을 맞잡고 기뻐하던 그 때의 기쁨 역시 그러했다. 한참 식욕이 왕성했던 학창 시절, 몹시 배가 고파서 집에 돌아 왔을 때 나를 기다리던 맛있는 음식들, 허겁지겁 한 숟갈을 듬뿍 떠서 입에 넣었을 때의 그 지극한 만족감, 그 순간들이 모두 행복이 아니었던가.

성인이 된 후에는 어떤 기쁨의 순간이 있었던가. 애써 노력해서 떠 올린 기억은 두 가지였다. 결혼 날짜 받아놓고 예비신랑과 함께 드레스를 맞추러 다니면서 마구 들떴던 그 기분, 그리고 첫 아들 낳았을 때 "고추네"하는 의사의 음성을 들으면서 느꼈던 지극한 만족감, 그 당시에는 아들을 꼭 낳아야한다는 시대적인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내 가슴은 더욱 벅찼었다.

그러한 순간들이 모두 행복이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이 행복이었다면 행복은 분명 순간적인 스침일 뿐 영원히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합격의 환희도, 만남의 기쁨도, 기본적인 욕구충족의 흐뭇함도 그 순간에는 절정의 희열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무뎌지고 흐려져 버려 더 이상 기쁨으로 오래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들이 말하는 '영원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내 자신의 행복론은 다시 자신이 없어졌다. 과연 남들이 그처럼 원하고 찾는 내가 모르는 행복이 따로 있는 것일까.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동화극 '파랑새'에서도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은 마음에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면 스스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마음으로도 행복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 그건 너무 슬프고 공평하지도 않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 하고 싶고 행복해야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알 수 없는 행복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말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야겠다.

행복이란 어려서부터 꿈꾸던 굉장한 것도, 고차원적인 어떤 것도 아니다. 이 세상에서의 행복이란 평범한 삶 속에 스쳐가는 순간순간의 기쁨과 환희이며 그 순간이 지나가면 서서히 사라진다. 영원한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 것은 그 짧은 행복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또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행복을 추구하게 되며 계속해서 행복을 노래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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