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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외국인들은 우리말의 어려움은 존칭어의 사용에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 외에 적절한 호칭과 지칭의 사용도 쉽지 않다. 전에는 남편들이 남과의 사적 대화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지칭해서 집사람, 안사람, 마누라라고 흔히 불렀다. 이 정도는 점잖은 표현이다. 여편네, 우리 집 부엌데기, 할멈 등 듣기 거북한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신의 배우자를 표현하는 '아내'라는 우리말이 있는데 왜 그 말을 쓰지 않고 그렇게 비하하는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다. 옛 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아내나 자식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했다. 그것이 겸양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내를 아내라고 지칭하는 것이 자랑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한글학자 고 한갑수 씨에 의하면, 아내는 순수한 우리말로서 원래는 '안해'인데 그 말이 변화하여 아내가 됐다고 한다. '안해'는 안의 해, 즉 집안의 해 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주부들이 집안에서 살림을 맡을 뿐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없었으므로 마치 해와 같이 집안을 밝고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좋은 뜻의 어원이 담겨있었다.

아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배우자를 바깥양반, 애들 아빠, 그 이, 그 사람, 우리 신랑, 우리 아저씨 등으로 많이들 표현했다. 처음에 직장동료가 "오늘 우리 아저씨가……" 라고 말하는데 집에 웬 아저씨가 있나하며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엄연히 남편이라는 지칭이 존재하는데 왜 그리 애매한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TV에서 초대 손님들이 나와서 대화를 나눌 때조차도 공식석상에서의 언어로서 적절치 않은 호칭이나 지칭을 사용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미리 교육을 받는지 대부분 아내 또는 남편이라고 옳은 표현을 한다.

또한 존칭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남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배우자에 대하여 극 존칭하는 경우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남편보다 아내들의 경우가 더 많은데, 아랫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지만 윗사람이나, TV 출연 같은 공식석상에서는 퍽 어색하게 들림으로 삼가 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부부 간의 호칭 문제이다. 언제부터인지 아내는 남편에게 오빠라고 부르고 남편은 아내의 이름을 부르거나 '자기'라고 부른다. 결혼 전 교제할 때부터의 호칭인데 결혼 후에도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부부 간의 호칭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우리 세대처럼 '여보', '당신' 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부모 앞에서 오빠라고 지칭하면 어느 오빠를 말하는지 순간 혼돈이 된다. 또한 자녀가 태어나면 반드시 호칭을 바꿔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공교롭게 남매를 낳았는데 첫 아이가 아들이면 여동생은 오빠라고 부를 텐데 엄마도 아빠를 오빠라고 부른다면 아이들은 남자는 다 오빠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이제는 부부간에도 시대에 맞는 적당한 호칭을 개발해서 사용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사회에서 서로 사용하는 호칭도 요즘은 무조건 다 '선생님'이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해도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아저씨, 아줌마라는 호칭은 이제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말이 되 버렸다. 중년의 남성이나 여성들에게 사용하던 순수한 우리말 호칭인데 왜 그렇게 부르면 안 되는 것일까. 요즘은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도 "아줌마"라고 부르면 크게 실수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이모'라든가, '언니'라고 자연스럽게 부르던데, 난 그렇게 부르기가 어색해서 "저기요"라고 부른다.

또한 한국인들은 서로 좀 가까워지면 서로 상대방의 나이를 확인한다. 직장에서는 직위로, 그 외는 나이를 근거로 위, 아래를 정해서 상대방을 대우한다. 예전에는 나이 많은 사람을 존중해 주었다. 그래서 싸울 때도 나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꾸짖거나 충고하면 큰 낭패를 보기 쉽다.

조선시대의 덕목인 '장유유서'를 회복하자는 말은 아니다. 바뀐 세상에 맞게 호칭도, 사회질서도 바뀌어야하는 것은 맞다. 오래 전에 신문에서 본 영국의 중산층의 기준 10가지 중의 하나가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꾸짖을 수 있어야한다'라고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 시대 속에서도 올바른 정신은 살아 있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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