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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사회규범이란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를 원활하게 이끌기 위한 관습, 도덕, 법규 등을 이른다. 그중에서도 관습과 도덕은 자율적 규범이며 법규는 강제적인 규범이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간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면 왜 인간사회에는 자율적인 규범인 관습과 도덕 외에 강제적인 규범인 법이 필요한 것일까·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엄격히 말하면 쌍둥이도 똑같지는 않다. 얼굴이 모두 다른 것처럼 내면의 모습도 제각기 다르다. 생각이나 감정이나 기호나 능력 등도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그 위에 교육을 포함한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이 가미되어 인간 형성이 이루어진다.

주위를 살펴보면 법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의외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도 한때는 사회적으로 지위나 지식이 높은 사람들은 인격적으로 존경받을 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 교수 사회에 몸담았을 때 지금까지 지녔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지식의 수준이 인격의 수준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이로 인해 실망이 컸었다. 대학시절에 가졌던 교수님들에 대한 존경심과 로망이 사라지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모든 교수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교수는 누구인가. 지성인의 상아탑에서 최고의 엘리트들에게 학문을 지도하는 처지 아닌가. 그러나 얼마 전 연일 매스컴을 장식한 어느 교수의 볼썽사나운 행태는 교수라기보다 시정잡배만도 못한 수치스러운 행보였다. 이 모습을 대하며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젊은 날, 대학교 교수가 됐으면 누구나 그만한 품격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에 대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법은 다 알지 못하지만 관습과 도덕은 대부분 다 알고 이해한다. 교육을 통해서 다 배웠고 익혔다. 그러나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옳고 그름을 알지만, 실천할 수 있는 힘은 양심과 의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양심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며, 이 양심이라는 내면적인 요소도 후천적 영향을 받으면서 개인적인 차이가 난다.

학계에서는 유전론자와 환경론자들이 각기 자신들의 주장을 고집하지만 인간형성은 유전과 환경을 분리하여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같은 씨앗을 뿌려도 토질이나 토양, 기후, 농부의 정성에 따라 다른 열매를 맺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유전적인 소질은 신의 몫이지만 인간형성의 결과는 교육의 힘이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사회에서 잘 적응하며 행복하게 살기위한 인격형성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존심'을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만심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자존심' 즉, 그것은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또한 옳고 그름의 흑백논리의 선명함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렇듯 올바른 삶의 가치관과 자존심을 가진 사람은 남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 자신은 그런 수치스러운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귀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0년을 돌이켜 보면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해는 여태껏 없었던 것 같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최고 불운의 해였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 19의 영향이다. 그러나 이것은 주로 경제적인 문제로서 전 세계적인 문제이고 코로나가 극복되면 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쟁점은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사회규범이 이끄는 상식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 질서가 붕괴되어 비상식의 힘이 설치는 무질서의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며 바르고 성실하게 살려는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되며 눈앞의 이익에 양심을 저버리고, 자신의 잇속에 눈 저울질하기 급급한 후안무치한 사람들의 세상이 되어가는 듯하여 안타깝다.

10대들의 폭행, 성범죄, 무너져가는 가족사회. 사회 지도층의 파렴치한 행위들, 이기적인 집단주의, 정치인들의 패거리 싸움 등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지만 우리는 그 문제를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 2020년을 보내는 마음이 코로나 19보다 더 불안하였고 새해를 맞았지만 이런 사회적 병폐로 말미암아 기쁘기보다 왠지 서글펐다.

새해인 2021년엔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언행으로 행복하고 훈훈한 미담이 자주 매스컴에 등장하는 한 해이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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