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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은 옛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가 다르고, 생활방식도 다르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준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가난이 문 안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 밖으로 달아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등의 말들이 지금도 공감되는 것은 바로 오랜 세월 살면서 사람들이 깨달은 인생의 체험이며 또한 인간의 본능과 기본적인 욕구는 세월이 흘러도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부부 일심동체'라든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부부에 관한 말 들은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현대인의 사고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남녀 관'과 '부부 관'이 아닐까 한다. 전통적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이조 500년 동안 이어온 '남녀차별'과 '부부유별' 사상은 갑작스레 몰려 온 서양의 문화와 더불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50여 년 전 우리 시대에서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아니었다. 그 말은 많은 부부싸움 중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 나머지의 싸움들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또한 결혼생활에 적응을 위한 필연적인 싸움 후에 남는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잘 아물지 않고 다시 살짝만 건드려도 또 아파진다. 우리의 육체도 살짝 긁히면 흉터가 남지 않지만 심하게 긁히면 상처가 아문 후에도 흔적이 남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도 흉터가 남는다. 그래서 부부싸움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결혼을 앞둔 많은 여성의 경우, 마치 자신이 동화 속의 신데렐라가 된 듯이 착각 하지만, 결혼 후에 그것이 일종의 망상인 것을 깨닫는 순간 크게 실망하고 괴로워한다. 나 역시 결혼 후에 한 동안은, 웨딩마치에 맞추어서 행복한 표정으로 입장하는 신부를 보며 눈물이 나서, 남들에게 이상한 오해를 받을까봐 억지로 참아야 했던 기억이 있다.

결혼 전에, 먼저 결혼한 친구가 어느 날 고백하는 말이 "어떤 때는 자는 꼴도 보기 싫어라" 했을 때 당시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러면서 왜 같이 살고 있나하고 의아했다. 그러나 먼 훗날 그 친구의 표현은 참으로 솔직한 것이었구나 공감했다.

그래도 우리 시대의 여성들은 자신과의 갈등으로 싸우고, 고민하고 좌절하고, 그런 과정이 수 없이 되풀이되고 나서야 비로소 결혼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 체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하는 부모조차도 그 문제에 대해서만은 내 편에 설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견디기 힘들어 하소연하면 "그래도 어쩌겠니? 이혼할 수도 없고, 죽어서 과부소리 듣는 것 보다는 낫지 않냐? 그저 없는 사람이려니 하고 살아라" 하던 말씀이 떠오른다.

요즘 젊은 세대의 부부들은 이런 말이 통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 그처럼 서로가 안 맞으면 이혼하고 말지 왜 힘든 세월을 참으며 살아야하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대의 이혼한 여성들은 특별한 배경이 없는 한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었으며 이혼한 엄마들은 자녀들의 혼사 길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했던 시대였다.

이제는 우리 주위에서도 이혼한 부부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그것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처럼, 자신의 인생이 마치 내 것이 아닌 냥 포기하고 사는 것은 더욱 어리석다. 결혼은 제2의 인생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녀가 있을 때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30년 이상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왕자님, 공주님으로 성장한 두 사람이 결혼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부부싸움은 결혼생활에 적응을 위한 필요악이다.

옛부터 결혼은 해도,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뜨거웠던 열정은 오래 가지 않는다.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양보하고 용서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있을 때만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불가피하다면 서로간의 갈등을 풀기 위한 부부싸움도 방법일 수 있다. 단지 서로의 약점을 피해가는 지혜로운 싸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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