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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인간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가정과 학교 또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삶의 질이 형성된다. 그중에서도 언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등, 예부터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는 말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존칭과 호칭이 있어서 그 관계의 분위기나 서열을 좌우한다. 친족이나 선후배 같은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이를 따져 서로 우위를 점하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상식적인 사람들의 경우는 큰 갈등 없이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싸움도 벌어진다. 그래도 난, 손자가 버릇없이 할머니 이름을 막 불러대는 서양보다 우리의 언어문화가 더 좋다.

요즘은 서양문화의 영향인지, 형제간에 이름을 부르는 것을 흔히 본다. 호칭은 가족 간의 위계질서를 세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른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연인들 간에 '오빠'라고 부르는데, 지칭일 경우에는 누구를 말하는지 혼동도 온다. 또한 호칭에 의한 관계의 불평등 문제도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결혼한 부부의 경우에는 자녀가 태어나기 전에 호칭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호칭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기분은 사뭇 다르다. 말하는 사람은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이 불쾌하다면 그건 솔직한 것이 아니라 무례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넌 다리가 짧아서 바지 입으면 보기 싫은데 치마를 입지 그랬어·'라고 말한다면 그게 솔직한 것일까·

나도 오래 전에 황당한 경험을 하였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동료 여 교수와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아주 반가운 표정으로 "어머! 못 뵌 동안 폴싹 늙으셨네요." 하였다. 난 솔직히 섭섭해서 애써 표정관리를 하면서 "세월이 말하는거죠" 하고 서둘러 헤어졌다. 그 후 의도적으로는 물론, 우연히도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치과에 갈 일이 많아졌다. 의사가 치아 검사를 하면서 "치간 칫솔을 안 쓰셨네요" 라고 말했다. 난 치과에 가는 날엔 이를 닦는 데에 더 신경을 쓴다. 그날도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해서 닦았기 때문에 "아뇨, 했는데요"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의사는 아주 단호하게 "아뇨, 안 쓰셨어요" 했다. 그렇다면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 아닌가. 그 후 난 그 치과에 다시 가지 않았다. 만약 그때 '아! 그래요· 그럼 다음부턴 더 좀 신경 쓰시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면 불쾌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여전히 그 치과에 잘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상대방에게 기분 좋은 말을 한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돈도 안 드는 말 한마디를 잘못해서 친구 잃고, 직장 잃고 심지어 가족도 잃고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말은 입에서 나온 순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취소한다고 해도 못 들은 것이 되지도 않는다. 언어는 나뿐만 아니라 남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할 수 있는 무서운 힘을 가진 도구이다. 좀 전에 예를 들었던 그 여교수나 치과의사는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지성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힘은 아마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심성, 즉 아름다운 인간성의 발로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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