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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0.04 14:57:45
  • 최종수정2021.10.04 14:57:45

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망각이란 잊어버리는 것, 잊을 수 없이 망각을 맹세하는 마음의 슬픔이여! 소녀 때 읽었던 어느 소설의 맨 앞 장에 적혔던 이 구절이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있었던 내 인생의 좋은 시절이었다. 이제 인생의 황혼 길에서 돌아보면,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잊혀지는 망각이라는 기능은 경우에 따라서는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명,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라고 생각된다.

학창시절 시험 볼 때의 안타까웠던 기억들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밤 새 외운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걸음걸이마저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신경을 썼건만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고 끝나는 종이 울릴 때까지도 끝내 떠올라주지 않던 야속 했던 그 일들이, 이제 돌이켜보면, 그러한 망각의 기능은 이처럼 복잡하고 무섭고 험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는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 남이 당한 일이지만 언제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들, 또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괴롭고 슬펐던 일, 분하고 억울했던 일, 또는 극도의 수치감 때문에 밤새 잠 못 이루고 뒤척이며 힘들어 했던 일들이 하루 또 하루가 지나며 조금씩 잊혀 져 가던 아픔, 그래서 세월은 약이라는 노래 가사가 생겼나보다. 만약 우리가 끝내 망각할 수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거나 자살해 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잊어야 할 아픈 기억들은 다 잊어야 하겠다. 살고 보니 너무도 짧은 인생인데 지나간 아픈 기억들로 힘들어하면서 남은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을까? 우리 인생의 불행한 흑 역사 속에 잠재되어 있는, 잊고 싶은 가지가지의 숱한 슬픔과 고통 들, 잊으려 해도 잘 잊혀 지지 않는 기억들을 언제까지 다 끌어안고 갈 것인가. 이제 다 잊어야 하고 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괴로웠던 순간도, 미웠던 사람들도 다 잊어버리자. 우선 나 자신을 위해서 잊어야 한다. 미움이란, 받는 사람은 자신이 미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어서 편안하다. 그러나 미워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생각 날 때마다, 또 마주 칠 때마다 가슴이 요동치며 화가 치밀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는 병을 얻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지만, 용서는 상대방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날 위해서 해야 한다. 미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미움 받는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는 인간적인 측은함으로, 더 나아가서는 사랑으로 승화시킬 때, 나 또한 편안해 질 수 있으며 인간 승리의 희열을 맛 볼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슬픔과 미움 속에 나 자신을 방치하는 소극적인 태도 대신에 과감히 용서하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바꾸어 보자.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좋다. 나 자신의 평안을 위하여, 또 앞으로의 나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 슬픈 과거는 다 잊어 버려야 한다. 시간이 흘러서 잊혀 진 것 외에도 남아 있는 쓴 뿌리는 내 스스로 힘들여서 파 버려야 한다.

어항 속의 물고기는 그 더러운 물을 갈아주기 않는 한, 그 물을 먹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더럽게 살았다고 추궁하고 손가락질 하는 나 자신도 그 물 속에서 함께 살았다는 것을 부정해선 안 된다. 난 그 물을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고 큰 소리 친다고 정당화될 수는 없다.

우선 서둘러서 물을 가는 일이 중요하다. 다시는 누구도 더러운 물을 더 마실 수 없도록 물을 갈아주고 더러운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다면 우리의 남은 삶은 더 편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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