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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남영환경컨설팅 대표

꽃도 처음에는 꽃이 아니었듯 길도 처음부터 길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그리고 살아 내야할 생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에서 바라보는 수만 갈래의 길 아닌 길 나는 또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합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선택하고 걸어온 그 많은 길도 돌아보면 한 갈래 외길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하나의 길을 걸어온 셈이지요. 당신도 나도 우리가, 생이 바라보는 곳은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길을 가지는 않지요. 앞에 놓여있는 정해지지 않은 수만 갈래의 길 중에서 서로는 서로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갈 뿐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이 인 듯 혼자, 혼자인 듯 같이 살아가는 겁니다. 이 시간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외롭고 고독한, 짙은 안개속의 길처럼 막막한 이 길 가장자리를 어쩌면 당신도 걷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라도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나, 너, 우리가 있어 참 다행이긴 합니다만, 시간은 무시로 세상으로부터 나를 격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길 위에서 있는지요? 수없이 많은 발밑의 길 중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건가요? 점점 차오르는 어둠을 피해 스탠드를 켜고 더욱 선명해진 길을 찾아 걸음을 옮길 건가요? 힘들어도 오늘은 우리가 만들어낸 저 길들을 뒤돌아보면서 또 만들어가야 할 그리워질 길들을 위해 잠시 어둠에 몸을 맡겨요. 어쩌면 어둠속으로 사라진 길들이 언 듯 언 듯 모습을 나타내고 당신은 그 길위에서 오래 고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마도 그리움의 시작일 겁니다.

나는 지금은 텅 빈 사무실에 홀로앉아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어둠을 마냥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촉촉한 어둠의 질감을 가슴으로 느끼며 잠시 나를 멈추고 오늘 내가 선택했던 길 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아주오래 지나온 길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어둠을 바라보며 그래도 내가 나여서 고맙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정리하여 또 한 페이지 생의 책장을 넘깁니다.

책장 넘기는 소리에 어둠이 흔들리고 나는 또 어떤 길을 선택할까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후회의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지나고 나면 모두 그립다는 것을,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아버린 지금, 오늘의 후회와 아픔과 슬픔이 또 한 장의 그리운 추억이 될 거라는 걸 알기에 이 시간이 아프지 만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의 아픔이 얼룩이 되고 얼룩이 무늬가 또 무늬가 추억이 되는 동안 너와 나는 우리가 되고 우리는 서로 각자의 길위에서 혼자인 듯 함께 힘겨운 길을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 또 함께인 듯 혼자 선택하고 걸어야하는 수만 갈래의 길, 한걸음 한걸음이 모두 첫걸음인 생의 시간위에서 나는 또 가슴까지 차오른 어둠을 털어내고 오래된 기억들 모두 챙겨 길 아닌 길을 떠납니다.

꼭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은 어둠 가득한 사무실 책상위에 남겨두고....

꽃도 처음에는 꽃이 아니었듯 길도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듯 우리도 처음에는 우리가 아니었습니다. 꽃이 꽃이라고 불러줄 때 꽃이 되었고 길도 우리가 걸었을 때 비로소 길이 되었듯 나와 너도 함께하면서 우리가 되었습니다. 꽃이 꽃이 되고 길이 길이 되고 나와 네가 우리가 되어 함께하는 오늘 그 긴 시간을 함께한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함께할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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