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문근식

전 음성군 환경위생과장

한 겨울인데도 참 포근한 아침이다. 몇 년째 장롱에서 나오지 않은 겨울 등산복을 꺼내 먼지를 털고 캠핑카 시동을 걸었다. 오늘은 내가 사는 충주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딱 한 번 가보았던 소백산을 향했다. 오랜만에 도전하는 겨울 차박이다. 죽령재 휴게소 조용한 한쪽 공간에 주차하고 무 시동 히터를 틀었다. 점점 따뜻해지는 차 안에서 준비해온 양촌리커피 한 잔을 들고 커튼을 열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겨울 저녁 하늘이 선명하다. 빼곡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와 몇 개의 가로등 그리고 하늘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이 만들어낸 풍경.

그동안 잊었던 유년 시절의 밤하늘이 눈앞에 있다. 커피 향과 별빛과 낮은 바람 소리가 어우러진 이 시간이 천국의 시간이다. 이 고요 아닌 고요, 적막 아닌 적막을 무심코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 몇 개, 그리고 다시 멈추어진 시간, 감당할 수 없는 고요와 적막의 시간을 두고 차마 잠들 수 없어 겨울 외투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한발 한발 옮길 때마다 흩어졌다 모이는 고요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니 새벽 두 시다. 전기담요를 켜고 누웠다. 별이 촘촘한 하늘이 그려진 창문의 커튼은 열어놓은 채….

문득, 경적을 울리며 빠르게 질주하는 차들과 급하게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광장을 가득 메운 노랫소리에 눈을 떴다. 차창을 열고 밖을 바라보니 하늘 가득했던 별들과 고요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세상의 아침, 내가 사는 곳 그곳의 아침 9시.

서둘러 준비해온 아침을 먹고 연화봉을 향했다. 한번 가본 곳이기는 하지만 오늘따라 사뭇 새롭다. 한 시간쯤 올랐을까 생각보다 힘들어 등산로변에 만들어놓은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앞을 지나가는 등산객이 듣고 있던 정치 대담 패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젯밤 그 소중했던 마음의 고요를 깨는….

그런 세상의 고된 마음을 털어버리기 위해 오른 여기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던 어젯밤을 고맙게 생각하며 남의 탓만 하는 사람들의 말을 내려놓고 간 이름 모를 등산객을 원망하며 다시 연화봉을 향해 걸음을 시작했다.

오르면서 문득 어젯밤 머물렀던 죽령재 휴게소를 돌아 보면서 이쪽과 저쪽을 생각했다. 늘 내가 있는 쪽은 이쪽 그리고 내가 향하고 있는 쪽, 아니 내가 있는 쪽이 아닌 쪽은 저쪽이었다. 지금 나는 몇 시간 전에 이쪽이었던 지금은 저쪽인 죽령재 휴게소를 바라보다 눈을 돌려 점점 이쪽에 가까워지는 내가 올라야 할 또 다른 저쪽 연화봉을 바라보며 문득 삶에 있어서 이쪽과 저쪽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동적인 경계. 저쪽이었다가 이쪽이었다가 다시 저쪽이 되는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이쪽은 현재 저쪽은 미래와 과거 따라서 저쪽은 우리의 희망이자 그리움이다.

하지만 이토록 희망과 그리움의 대상인 저쪽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이쪽이 아닌 저쪽은 적이다. 그냥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만 하는 쪽. 늘 저쪽을 향해 고함지르고 협박하는 이쪽 사람들 그들도 저쪽 사람들이 볼 때 똑같은 저쪽 사람이라는 걸 조금만 인정한다면 서로 같은 이쪽이기도 저쪽이기도 한 동등한 쪽의 사람이라는 걸 조금만 이해한다면 저쪽은 적이 아닌 이해의 대상, 동행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발 한발 5시간 전 이쪽이었던 지금의 저쪽 죽령재 휴게소를 향해 내려오면서 저 열을 올려 자기 주장만하던 사람들, 저들이 먼저 저쪽 사람도 이쪽 사람도 똑같은 쪽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함께 저쪽을 향해 간다면 우리는 훨씬 더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3 DIVA 콘서트' 김소현·홍지민·소냐 인터뷰

[충북일보] 이들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서 서로 친하다. 서로 무대에서 만난 지 오래됐는데 이번 콘서트 덕분에 만나니 반갑다"며 "셋이 모이면 생기는 에너지가 큰데 이를 온전히 관객들께 전해드리고 싶다"고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홍지민은 "사실 리허설 등 무대 뒤 분위기가 굉장히 화기애애하다. 셋이 만나면 서로 칭찬하기 바쁘다"며 "긍정적인 분위기, 행복한 에너지는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이가 좋다 보니 무대에서도 합을 더 잘 맞출 수 있다"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김소현은 최근 일본 공연, 새 뮤지컬 합류 등으로 바쁜 일정에 공연 준비까지 소화해내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맡은 배역이 위대한 인물이고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라 연기를 하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공연 준비부터 실제 무대까지 모든 일이 정말 행복하고 즐겁다. 일 자체를 즐기니 힘든 것도 잊고 일정을 병행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이번 공연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대된다. 공연을 보러오시는 모든 관객께도 지금의 행복을 가득 담아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겠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