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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남영환경컨설팅 대표

그리움은 늘 혼자다 그래서 쓸쓸하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베란다의 난이 꽃을 피웠다. 무관심의 관심에도 난이 꽃을 피우듯 때때로 나를 소름 돋게 하는 그리움도 세상의 관심 밖에 있다는 걸 안다. 고갈되어가는 내 미래의 잔해처럼 마음에 낙엽이 쌓인다. 밟고 지나갈 때마다 꿈틀대며 몸을 일으키는 생각과 생각들, 코트 깃을 세우고 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는다. 바람이 자꾸 기억의 등을 민다.

지천명, 떨어져 어지럽게 뒹구는 낙엽 같은 생각들을 차곡차곡 갈무리하고 한 장 한 장 마음의 책장을 넘겨본다. 한 번도 생각나지 않았던 일들이, 생각날 듯 기억의 공간을 맴돌던 일들이, 영원히 지워진 줄 알았던 기억들이 드문드문 낡은 책갈피에 끼워진다. 삶이 과거의 영역을 늘려가 듯 기억의 책장이 두꺼워진다.

그리움은 원한다고 해서 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이유 없이 쓸쓸해지거나 슬퍼지는 것은 그리움 때문이다. 그래서 삶의 뿌리가 슬픔이고 슬픔 또한 삶에 기대어 있는지도 모른다. 저마다 삶이 다르듯 그리움에 닿는 방법도 다르다. 따지자면 가서 닿는 것이 아니라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오는 도무지 거절할 수 없는 그런 손님 같은 것 이다.

몇십 년 시간을 넘어 아직도 나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많이 낯설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퍼즐 조각처럼 기억에 남아있는 장터, 오일장은 내 그리움의 70퍼센트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장터로 향했다. 버스가 다니던 길 중간으로 늘어선 가판들 어깨와 어깨, 생각과 생각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요란하다. 떡볶이, 순대, 뻥튀기, 어지러운 듯 잘 정돈된 옷가지들 그리고 서로 부딪치며 사라지는 사람들, 말과 말들이 뒤섞여 빗어내는 이 익숙한 무질서 속의 질서,

늘 박산을 튀기는 아저씨는 장터 변두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소리가 커 손님들이 놀라지 않게 하려는 배려에서 이겠지만 그보다는 늘 삶의 중심을 벗어나 오지 마을을 돌아다니던 역마살의 유전자가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나이 50 전후의 튀밥장수를 바라보고 있다. 기계가 회전을 더할수록 내 생각들은 점점 뒷걸음질을 친다. 이 어지러운 생각의 종점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구수한 냄새의 근원을 쫓아가 보면 한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의 퍼즐 한 조각 찾을 수 있을까?

아랫목에 깔아놓은 솜이불에 다리를 넣고 갓 튀겨온 박산을 한 바가지 담아 놓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잘대던,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기억들이 자꾸 또 생각의 발목을 잡는다. 이 지치지 않는 그리움의 끝은 어디일까? 있기는 할까? 포장마차에서 풀빵 한 봉지를 샀다. 손끝에 따스함이 전해진다. 몇 번을 불어 입에 넣어보지만 그때 그 풀빵은 아니다. 맛이 바뀐걸까? 입맛이 바뀐걸까?

그리움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간직하는 것이다. 세상은, 나의 입맛은 변했지만 결코 그리움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겠다. 오랜만에 피자 한 판을 사서 바쁘게 집으로 들아가던 저녁. 그날 손에든 그 따스한 피자 한판이 아이들에게는 오늘 어떤 맛으로 남았을까? 내가 튀밥의 냄새만으로도 그리움의 중심에 닿을 수 있듯 아이들은 피자의 냄새만으로 그때 그 그리움에 닿을 수 있을까?

그칠 줄 모르고 돌아가는 튀밥 기계, 그때 그 구경하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점점 뒷걸음치는 생각을 쫓아 그들은 모두 그리움의 어디쯤 닿아 있을까· 몇십 년 세월을 건너 기억의 모퉁이에서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 달. 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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