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문근식

시인

하얀 국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기도, 벤치에 앉은 노부부의 귓속말 같기도 한 국화꽃이 하나 둘 꽃잎 떨구고 있어요. 아주 짧은 시간 눈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저렇게 꽃잎 떨어져 있습니다. 살면서 잊고 싶은 것 많아서인지 허공의 시간에서 스스로를 지우는…….막 또 하나 꽃잎이 떨어집니다.

때론 그럴 때 있습니다. 가끔 세상에서 나를 지워 버리고 싶을 때 있습니다. 의자에 등 기대고 눈 감고 세상의 풍경에서 나를 삭제하면 서서히 세상의 시간에서 나도 지워지겠죠· 그래도 여전히 세상의 시계는 돌아가고 내일은 또 오늘이 되겠지요? 그렇게 오늘이 또 오늘이 계속 돌아오면 꽃잎 떨어진 자리 새살로 돋은 하늘처럼 우리 살면서 오늘이 만든 상처에도 새살이 돋을까요?

오늘따라 아침에 걸치고 나온 옷의 무게가 종일 지켜온 침묵보다 무겁네요. 세상을 향해 꼭꼭 닫아 두었던 마음 속 내가 서있는 길이 섬처럼 떠있고 한발 디딜 때마다 생기고 없어지던 섬들이 썰물에 부표처럼 흔들립니다. 가만히 있어도 어디론가 흐르던 길도 몇 시간째 그대로 떠있고 때때로 요란한 손 전화 벨소리가 정지된 생각을 흔들지만 생각과 생각사이 팽팽한 적막은 좀처럼 깨지지 않습니다.

얼마 전 뭐가 그리 급했는지 64년의 생을 서둘러 정리하고 떠난 친구가 생각의 발목을 잡는 저녁나절 나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그의 시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대표 코로나 예방주사 맞았는데 당분간 조심해 무리하지 말고, 이상하면 바로 병원가고……."

친구가 쓰러지기 전날 커피를 마시면서 나눈 한 시간여의 대화 중 그가 나에게 한 마지막 말. 그와 나의 시간에서 서로를 지운 말, 그렇게 그는 세상의 시간에서, 나의 시간에서 스스로를 지웠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나의 시간에서 그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생각과 생각 사이 그리고 과거의 시간과 시간의 갈피에 숨겨진 기억들이 자꾸 가슴에서 재생되고 있습니다.

이제 저렇게 꽃들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그를 보면서 수십 년을 함께한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잘 있으라는, 고생했다는 더불어 행복했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간 친구를 생각하면서 "고생했어. 그곳에서는 고통 없이 잘 살아라" 이런 두어 마디의 말과 사뭇 슬픈 표정 그리고 이 두 번의 절로 나의 시간에서 그도 지워지겠지요.

생각해보면 사는 게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사는 동안 그 많은 아픔과 슬픔과 기쁨의 시간들이 얼룩이 되고 무늬가 되고 추억이 되었듯 오늘의 시간도 머지않아 나의 기억에 작은 무늬로 남겠지요. 우린 또 그렇게 다가오는 낯선 오늘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친구야 너를 위한 아니 나를 위한

이 짧은 시로 나의 시간에서 너를 지운다.

오늘 나의 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 모를 거다.

아니 관심도 없을 거다.

상관없다

그냥 나의 하루는 나 혼자 길면 그만이다

지루한 나의 시간에 잡음처럼 끼어드는

세상의 시간

잠시 높게 흔들리다가 또 잠잠해지는

술잔 속 파도

혼자, 묵묵히, 그냥, 조용히, 쥐죽은 듯, 남몰래

그 짓만 되풀이하면 되는 거다, 그래서

오늘도

서로에게 관심 없는 세상을 위해

너를 위해

한잔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