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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18 15:20:15
  • 최종수정2024.02.18 15:20:15

문근식

전 음성군 환경위생과장·시인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멀리서 닭 우는 소리 들려도 벌써 동이 틀리 없습니다. 천둥과 바람과 빗소리가 몰고 온 불면이 아무리 길어도 잊혀진 그리움이 찾아올까 기대하지 않습니다. 초저녁 어둠에 듬성듬성 박혀있던 별들이 지워지고 어둠의 심장을 파고드는 빗소리와 빗소리에 흔들리는 고요의 소리가 또 다른 불면을 깨우는 밤, 오래 퇴고 되지 않은 시구의 가장자리에서 잃어버린 주제를 찾아 방황하지만 잠을 포기하기는 아직은 이른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함부로 꾸어지던 꿈처럼 의미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밤이 새면 가슴에서 지워지고 마는 아쉬운 시구 같은 그리움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이 늦은 밤, 당신은 내게 한 줄 시구가 되고 나는 또 한 며칠 그 시구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겠지요. 밤새 던져놓은 질문만 가득한 방 안, 선잠과 선잠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

조금 더 어두워지면 이 막막한 공간에서 내가 지워질까요? 지워지면 모든 게 잊혀질 까요? 아주 짧은 선잠 속 한두 발자국 걷다가 갑자기 사라진 내 꿈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한껏 가늘어진 시간의 가지에 매달려 빙글빙글 허공을 돌다가 끝내 땅에 내려서면 가만히 서 있을 수 있을까요· 나의 무게에 흔들리는 세상에서 사라진 발자국 몇 개 발견할 수 있을까요? 착각인 줄 알아요. 내 무게에 세상 흔들릴 리 없겠지만 역으로 세상의 무게에 내가 흔들리지도 않아요.

참 오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새벽녘 선잠과 선잠 사이 알 수 없는 꿈을 수없이 꾸었습니다. 그냥 밑도 끝도 없는 깨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꿈, 갑자기 지금껏 내가 이런 꿈을 꾸면서 살아온 건 아닌지 좌충우돌 주제도 없는 꿈을 꾸며 살아온 건 아닌지 가슴 한켠이 너무 허허롭네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막 꾸었던 꿈들이 그렇듯 살면서 내가 던져왔던 수많은 질문에 답은 없었어요. 아직도 내가 던진 질문에 답을 찾는 중이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애당초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진 건 아닌지 질문을 던진 내가 더 궁금해집니다.

어젯밤도 그랬어요. 시곗바늘이 12시를 넘을 때까지 난 내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하고 촛불처럼 흔들리며 꿈과 꿈 사이를 방황했어요. 모든 걸 접고 이제 나를 지우려고 선잠을 방황하는. 아니…. 더 깊은 꿈속을 걷기 위해 답도 없는 질문을 던지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또 몇 개 알 수 없는 질문만 어둠 속에 내려놓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둠도 질문도 선잠도 나도 내 편은 아니었어요, 난 여태껏 그들을 온전히 가져 본 적이 없거든요. 오늘도 난 그들을 온전히 소유하려고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들은 또 나를 외면했어요. 하지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해요.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선잠과 선잠 사이에 언뜻언뜻 끼어드는 잘못된 꿈에서 깨어 잘 정리된 꿈의 밑그림을 2024년 하얀 공백의 화선지에 그려야겠어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하루하루 의미 있는 한 줄의 시를 써야겠어요. 수없이 많은 내가 아닌 나를 하나하나 지우고 오로지 나를 위한 시, 먼 훗날 완성될 한편의 아름다운 의미 있는 시를 생각하며….

오늘 그 한 줄의 시를 씁니다.

나를 봅니다

나 아닌 또 다른 나

수없이 많은

한 명의

나를 지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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