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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시인

차 한대 지나갑니다.

또 한대가 지나갑니다.

차들은 하루의 중심을 지나 자정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백 번의 자정이 지나가고 이제 달랑 몇 십번의 자정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참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그렇게 또 저물고 이제 새로운 한해를 준비할 때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면서 수많은 사연으로 가득한 장편소설처럼 한장 한장 시간의 백지를 메워가지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무도 제시해주지 않는 방향과 어디에도 없는 길을 따라 누구와도 동행하지 않는 혼자만의 여행, 그렇게 한장 또 한장 나만의 장편소설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이제 신축년 한 장의 원고지에 써내려온 사연을 마무리하고 페이지를 넘길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몇 번째 1년 365일의 삶을 퇴고 하는 중입니다. 바쁘게 때론 힘겹게 한해를 보내면서 채워진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또는 즐거웠던 사연들 하나하나 되짚어보면서 다시 시작되는 또 한 장의 페이지는 좀 더 뜻있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연들이 채워 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은 흰백의 공간을 오래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지금껏 써내려온 긴 시간의 분량보다 얼마 남지 않은 분량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픔이든 슬픔이든 외로움이든 지난 것은 다 아름답고 그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만져지는 채워야 할 빈 공간의 페이지가 도무지 얇기만 합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채우지 못하고 남아 있을 이 빈 공간을 채울 시간이 내게는 남아 있음이, 작지만 그렇게 채워야할 공간이 아직 남아 있음이 행복이라는 걸 알기에 이 소중한 시간이 더 아쉽기만 합니다.

홀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이미 저물어가는 창밖을 보면서 또 오래전의 페이지를 뒤적거립니다. 잋혀졌던 기억이 재생되고 문득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오래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내가 취업을 했다고 기뻐하시면서 까만 도장을 새겨 선물로 주시던 아버지, 그 도장을 바른 곳에만 쓰라고 당부하시던 목소리 아직 생생한데 하루는 또 자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또 내일이 오겠지요?

그러면 내일은 또 오늘이 되고 오늘은 어제가 되겠지요? 그렇게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계속되는 시간의 굴레에서 수없이 많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보내면서 나는 늘 오늘의 시간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천명이 지난 지금은 마음 저 깊이 가라앉아 있는 어제 그 수없이 많은 어제의 시간들이 오늘의 시간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오늘은 늘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요. 아니 나는 언제나 오늘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금도 오늘에 머물러 있지만 내가 보내지 않은 오늘의 시간들이 시시각각 어제가 되고 있어요. 내일이 시시각각 지워지고 있어요. 산다는 건 내일이 어제가 되는 것이라는 거, 어제는 모두 그리움이 된다는 거

신축년 12월 초

이제 알 것 같아요.

오늘 난 아직 그립지 않은 일들의 경계에서 그리움에 덧칠을 하고 있다는 걸, 훗날 내가 돌아볼 슬픔에 그리움을 덧칠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아직은 미완인 내 긴 아주긴 장편 소설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아직도 많은 슬픔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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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