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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시인

금요일인데요. 사실 회사는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어 오늘은 쉬는 날인데 혼자 출근했습니다. 오전에는 몇몇 사람들이 왔다가고 또 다른 몇몇과 가까운 읍내에 가서 된장찌개를 먹고 시시콜콜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와 책상에 앉았습니다.

늘 그렇듯 메일을 확인하고 페이스북도 확인 한 후 페벗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고 오랜만에 안부 글도 남겼습니다. 그리고는 약간의 밀린 업무를 처리하려고 컴퓨터의 화면을 바꾸는 순간 일탈이 생겼어요. 의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일탈.

그게 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가끔 그랬으니까요. 나이가 반평생을 훌쩍 넘긴 지금 일상과 일상 사이 시나브로 끼어드는 일상 아닌 일상, 아니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린 일상과 일상 사이의 일상 그 일상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걸아니까 지금은 그냥 즐기고 있어요.

따지고 보면 미래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희망의 시간이고, 그래서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모든 미래도 현재의 행복을 위해 설계하는 것이니까 우리 모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현재에 사는 것이니까 오늘 이 일상 아닌 일상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상과 일상 사이에 끼어드는 일상은 늘 과거였어요. 그런데 그 과거가 오늘처럼 현재 즉 일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미 과거의 시간은 내게 아주 긴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래요. 그래서 현재만큼 과거도 중요한 나의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맞는 걸까요.

오늘도 일상과 일상 사이를 서성이는 사이 창밖에 살어둠이 내리고 있어요. 문득 어떤 시인이 "오늘은 어제 죽은 자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내일"이라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래요 지금 내가 바라보는 오늘은 그들에게는 내일이었고 하루가 지나면 어제가 되겠지요. 무심코 블라인더 사이로 보이는 먼 하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 오늘은 나의 미래이자 과거야. 그래서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야"

그런 것 같아요. 나의 일상에는 늘 내일과 어제가 함께 있었어요. 젊은 시절 앞 만보고 달리던 시절에도 그 비중의 차이는 있었는지 몰라도 늘 함께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어제의 비중이 조금씩 커지더니 지금은 내일의 비중보다 어제의 비중이 조금 더 커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소중함은 변한 게 없어요, 오늘은 어제와 내일을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난 아직도 어제에 있어요. 때로 살어둠 내리는 이 시간이면 즐겨 어제의 시간에 머물곤 합니다. 문득 문득 일상의 갈피를 헤집고 들어오는 어제의 얼룩이 무늬가 되고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는 시간, 문 득 찾아온 이 소중한 시간에 더 머물고 싶어서, 그래서.

오늘도 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눈감고 무릎 세우고 점점 짙어지는 어둠에 등을 맡기고 있어요. 날카로운 불빛이 지나간 자리 깊은 어둠이 찾아들고, 창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 깊은 고요를 만들어도 난, 누군가 스위치를 올릴 때까지 어둠에 둘러싸인 이 외로움에서 헤어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가슴 누르는 고요를 거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시간 일상의 갈피에서 마주하는 그리움은 늘 그래요.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었다가 금세 사라지는 슬픔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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