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제도 단상

영동초등학교 수석교사

김명희

교직경력 24년이다. 공부하는 것이 좋았고 공부한 것을 가르치는 일이 더없이 큰 즐거움이었던 나에게 교감 교장으로서의 승진은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 내가 알게 된 것들을 나누는 그 즐거움 속에서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지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승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난 능력이 없어서 승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승진은 내 꿈의 목록에 들어있지 않았음을 나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연구 실적점수도 받아두고 대학원 공부도 열심히 하며 내 인생을 채워나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즐거움에만 빠져 살던 나에게 어느 날 수석교사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고 난 수석교사가 되었다. 수석교사는 선생님들에게 교육에 대한 바른 인식 및 다양한 교육 활동을 안내하고 양성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교원 직위체계이다. 분명 교육현장에서 수석교사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에서의 수석교사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은 아직 요원한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2012년 9월 수석교사의 직위와 수당을 교장과 동등하게 우대하고자 하는 내용의 법안 발언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교육계가 크게 술렁인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대한 나는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그 어떤 직위도 수당도 내가 수석이 된 이유에는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 현실은 왜 이리 복잡한가· 학교 관리자분들은 관리자대로 그리고 수석교사들은 수석교사들대로 그리고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서로의 입장이란 것 때문에 수석이라는 제도가 그 본연의 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은 것이 교육 현실이다. 왜 이리 서로 다르고 엉클어져야만 하는가·

지위를 바란 것도 명예를 바란 것도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내가 20년 동안 얻게 된 소중한 교육 활동들 그리고 내가 공부하고 깨우친 것들을 마음껏 나누고 전할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교장 교감이라는 승진의 길을 걷는 분들도 모두들 저마다의 교육의 이상과 꿈을 가지고 그 길을 걷기 시작하셨고 그리고 그 이상과 꿈들을 교육현장에서 실천하고 계실 것이다. 아니 이 세상 모든 사람들 저마다 각자가 그리는 꿈을 가지고 그 꿈의 열매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삶을 채워가고 있을 것이다. 그 꿈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꿈이냐 나 아닌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꿈이냐가 꿈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며 교육의 그 길 위에서 후배 교사들이 가진 교육의 꿈을 아름답게 성장시키는 협력자의 자리인 수석교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수석의 권한을 교감급으로 정하는 것이 옳은가, 수석과 교감의 업무를 어떻게 어디까지 양분하는 것이 옳은가를 논하느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가· 교장의 교육적 꿈을 이루기 위한 동반자로서의 수석교사, 그리고 교감의 교육적 꿈을 이루기 위한 동반자로서의 수석교사, 동료 교사의 교육적 꿈을 이루기 위한 동반자로서의 수석교사, 모두가 모두의 교육적 꿈을 위해 함께 어우러지는 행복한 학교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