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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25 17:22: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강길중

전 충북도 행정국장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제대로 판단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나는 타고난 수명(壽命)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죽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잔병치레를 하는 바람에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정작 죽음을 무섭다거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죽음이 어떤 것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흘러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곁을 떠나는 안타가운 모습을 보면서 죽음에 대한 사고방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 했던 것이다. 그토록 태연한 척 객기를 부리던 모습이 사라져 가는 대신에 다른 한 쪽으로는 죽음에 대한 불안 덩어리를 더 크게 키워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고 있는 사실은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이 죽고 난 다음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도 이 세상을 다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피가 거꾸로 솟고 머리칼이 물구나무를 서면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곤 한다.

사무관으로 승진을 하면서 맡게 되었던 첫 보직(補職)이 음성군청 사회과장 이라는 직책이었다. 이곳에서 1년 남짓 근무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내에 위치하고 있던 '꽃동네'라는 사회복지 시설에 들릴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만 꽃동네 입구에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어찌 보면 꽃동네를 대표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은 글씨가 새겨진 표지석이 있었다. 자신의 몸도 성치 않으면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얻어먹을 수조차도 없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는 최 귀동 할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배부른 투정을 밥 먹듯 해 왔던 나는 그래도 양심이란 게 조금은 남아 있었던지 순간 이나마 하늘을 제대로 처다 볼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그때 뿐 이었나 보다.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아 왔던 것이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은총이라고 했던 몇 자 되지 않는 글귀가 20여년이 지난 오늘, 그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대략 80세 전후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느새 이순이 되어버린 필자의 잔여수명도 결코 길게 남지는 않은 것 같다.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 줄 이제는 제대로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봄이면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고, 여름이면 파도가 넘실대는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고, 가을이 되면 만산홍엽(滿山紅葉)의 단풍과 겨울엔 하늘에서 사뿐사뿐 춤추며 내려오는 흰 눈을 바라 볼 수 있음에 진정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살아 있음에 가끔씩 듣기 싫은 소리를 해대는 사랑하는 아내와 동거동락(同居同樂) 할 수 있고, 외손자의 재롱을 볼 수 있어 기쁘기만 하다. 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무원이 된 아들 녀석의 승진 소식을 들으면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살아 숨 쉬고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감사해야 할 일인가.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가슴 시리도록 아프게 파고든다. 비록 세상 살기가 조금은 어렵고 힘들지라도 남은 인생 욕심내지 않고 살아 있음에 감사 할 수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생을 마감한다 해도 편하게 두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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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