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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5.20 16:38: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강길중

전 충북도 행정국장

집 근처에는 개교 한지가 꽤나 오래된 모 국립대학이 자리를 잡고 있다. 모르면 몰라도 이 대학이 설립 될 때만 해도 도심에서 뚝 떨어진 곳을 골라 인적이 한적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녹지공간이 많은 곳에 터를 잡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사방팔방으로 팽창하면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도심의 한 가운데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도시민들의 좋은 쉼터가 되는 도심 속 공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처음부터 넓게 터를 잡은지라 캠퍼스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경계를 이루는 울타리 역시 구불구불 길게 이어져 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 봐도 건물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잘 가꾸어진 녹지와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로 꽉 들어서 있고, 울타리에도 개나리며 산수유, 그리고 아카시아 등 많은 나무들이 조경수로 심어져 있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관계로 봄이면 노란 산수유가 꽃 봉우리를 터트리면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고, 뒤를 이어 개나리며 벚나무가 꽃을 피우면서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러기에 집에서 시내를 나가려면 더 가까운 길도 있지만 굳이 돌아가는 꼴이 되는 이 길을 자주 이용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봄이 되면 꽃샘추위 속에서도 앞 다투어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 볼 수 있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길바닥에 떨어져 질주하는 차량의 꽁무니를 따라 나뒹구는 낙엽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 길을 지나려면 달콤한 꿀 향을 듬뿍 머금은 아카시아 꽃이 만개(滿開)해, 따가운 햇살을 피하려는 듯 꽃송이를 아래로 늘어뜨리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잠시 쉬었다 가라며 유혹을 한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차량의 속도를 늦추면서 힐끔힐끔 곁눈질로 훔쳐보게 되고, 그러는 사이 차안은 창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아카시아 향으로 넘쳐나게 마련이다.

아카시아 꽃이 피어나는 매년 이맘때쯤, 그래서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을 볼 때면 꺼진 줄 알았던 모닥불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불씨가 되살아나듯이,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아스라한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곤 한다. 50여년은 족히 넘어버린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보자기에 책 몇 권 둘둘 말아 어깨에 둘러메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카시아 꽃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우르르 달려들어 가시에 찔려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양 볼이 미어져라 아카시아 꽃을 따 먹곤 했었다. 아카시아 꽃에는 달콤한 성분이 들어 있어 그런대로 맛도 있긴 했지만, 그 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때라 굶주린 배를 조금이라도 더 채워 보려는 마음에서 꽃을 따 먹었을 것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아카시아 꽃이 피어 있는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학교에서는 영락없이 아카시아 씨를 따오라는 숙제를 내곤 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당시에는 어린 학생들에게 왜 그런 숙제를 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당시 우리나라 산에는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많았었기 때문에 성장속도가 빠른 아카시아 씨를 뿌려서라도 산과들을 푸르게 하려는 정부의 치산녹화 사업의 일환 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기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딸아이와 30이 다된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주말이 되면 우리가족은 가끔씩 교외(郊外)로 나가 13-15개 정도의 잎이 달린 아카시아 줄기를 각각 들고는 가위 바위 보를 해 이기는 사람이 잎 하나씩 떼어 내는 게임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시아 꽃은 금년에도 꽃으로 향으로, 그리고 추억을 살려내는 제 역할을 다하고는 이제는 꽃비가 되어 사뿐사뿐 땅으로 내려 와서는 걸음걸음 놓인 꽃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포시 즈려 밟고 가라면서 마지막까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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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