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강길중

전 충주중 교장

며칠 전의 일이다. 비슷한 연배로 비슷한 시기에 공직에서 퇴직한 동료들끼리 전화나 문자로 시간약속을 해서는 가끔씩 스크린골프를 하곤 했었다. 이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스크린골프를 하면서 하루해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끌벅적 한참을 놀고 있는데 전화 한 통화가 걸려왔다. 집사람이었다. 용건을 다 말하고 난 집사람이 조금은 이상야릇한 웃음을 섞어가면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보라'는 뜬금없는 한마디를 던지고는 전화를 끊었다. 무슨 날 이라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같이 운동을 하고 있던 동료들에게 집사람과의 전화내용을 이야기해주고 이 말의 저의가 무엇이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그랬더니 '마누라 생일' 아니면 '처갓집 행사' 등 처갓집 관련 행사를 꼼꼼하게 따져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뇌세포는 전혀 꿈쩍도 하지를 않는다.

할 수없이 동료들이 일러 준 대로 집사람과 관련이 있음직한 일들을 하나하나 체크해 보기로 했다. 먼저 생일을 따져 보았다. 집사람 생일은 음력으로 추석 십 여일 후로 불과 얼마 전에 지나갔기 때문에 생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다음은 처갓집 행사였다. 그렇지만 이 역시도 집사람이 알아보라고 한 정답을 끄집어내는데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 뻔했다. 왜냐하면 장인께서는 우리가 결혼하기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신 상태였고, 장모님께서도 우리가 결혼한 다음해에 첫 번째로 태어난 딸아이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할 즈음 돌아 가셨기 때문에 처갓집 일이라고 해봐야 돌아가신 부모님 제사 말고는 특별한 일이 있을 수 없었다.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채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갑자기 머리가 띵 해지면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랬다. 평소에도 잊지 않으려고 '119'로까지 기억해 두었던, 바로 그 11월 9일 결혼기념일을 그만 깜박해버린 것이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야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기만 하던 현직에 있을 때도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집사람 생일과 결혼기념일만큼은 잊지 않고 장미꽃 한 다발을 사 들고 집에 들어가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집사람의 입이 옆으로 찢어지면서 흐믓해 하던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까지도 넉넉해지곤 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금년에는 결혼기념일이라는 것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천만다행으로 119도 기억해내지 못했던 우둔한 머리에서 이 위기를 이렇게 모면하라는 해답까지 동시에 기억나게 해준 것이다.

운동을 멈추고 곧 바로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난데, 그렇지 않아도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라 운동이 끝날 때 쯤 당신한데 저녁 먹자고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성급하게 전화를 하고 그래' 하면서 말을 얼버무렸다. 집사람은 당연히 내가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터라, 내 반격에 어리둥절했는지 반신반의 하면서 당신 정말 알고 있었느냐고 반문을 한다.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을 해 놓고는 지금 운동중이니 저녁에 만나자는 말과 함께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슬아슬하게 큰 불길은 잡은 셈이다.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 집사람을 차에 태우고는, 그런대로 분위기가 있어 보이는 양식집에서 죄인인 듯 꿉꿉한 칼질을 하면서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실토하고 말았다. 집사람은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입을 실룩거린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