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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9.23 16:29: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강길중

전 충북도 행정국장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긴 했지만, 지난해 이른 봄 이사를 하고나서 1년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집을 옮기게 되었다. 그러니까 결혼한 지 32년 만에 열두 번째 이사를 하게 된 셈이다. 신혼 초에는 말 할 것도 없었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 까지만 해도 이삿짐이란 게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 할 날자가 잡히면 공휴일과 퇴근 후 짬을 내 마누라와 둘이서 시나브로 짐을 싸 놓고는 이사 당일에는 운반할 트럭 한대와 인부 한 두 명만 부르고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사를 하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처음부터 이삿짐을 싸고 날라서는 옷장과 주방 서랍장 정리는 물론이고, 방바닥까지 말끔하게 청소해주는 전문 이삿짐센터가 생겨난 덕분에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도 깔끔하게 이사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거소(居所)를 옮기게 되면 주민 등록지를 이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와 전화 그리고 T.V까지도 이전 해야만 한다. 그뿐 아니다. 주택에 살 때는 지하에 조그만 주차공간이 있어 밤늦게 들어와도 주차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런데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보니 관리사무소에 입주자 등록 신고를 하고 아파트 주민임을 입증해주는 증을 발급받아 앞 유리창에 붙여야만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외지인 차량으로 간주하고 노란색 경고 딱지를 붙인다는 것도 이번에야 새삼스레 알게 된 사실이다. 하기야 이사하는 날까지도 사무실이 바쁘다는 이유로 출근을 했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마누라가 도맡아 처리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퇴직을 하고 판판이 놀고 있을 때 하는 이사였기 때문에 전적으로 마누라에게만 맡길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은 직접 내 손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첫 번째 이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웬만한 집안일은 마누라에게, 그리고 사무실에서는 동료직원들에게 부탁해서 일을 처리 해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본인이 꼭 가야만 하는 경우가 생길 때라도 동 사무소에 가게 되면 알아보는 직원들이 있었고, 설령 몰라보더라도 도청에 근무하는 ○○국장 이라고 얘기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일을 신속 정확하게 처리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백수신세가 되고 1년이 훌쩍 지나고 보니 사정이 360도 완전 달라진 것이다.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기위해 주민자치 센터를 들어가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고 눈길조차 주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전에 도청에 근무했던 ○○국장이라고 말하기는 더욱더 민망스러워 말도 꺼내지 못했다. 마침 이사를 한 시점이 푹푹 삶아대는 삼복(三伏)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그런지 뜨끈한 진땀이 등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기 일쑤였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엉거주춤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담당직원마저 보는 둥 마는 둥 할 때는 어찌해야 할지 당황하기 까지 했다. 물어물어 필요한 신청서를 직접 작성해 순서가 될 때 까지 기다리고 앉아 있어야 했다. 답답하고 불편한 시간은 왜 그리도 길기만 하던지…

아내의 입장은 뒷전으로 제쳐 놓고, 단지 4가족을 먹여 살리는 쥐꼬리 만 한 봉급을 벌어 온다는 핑계로 모든 일을 아내에게 맡겨 버렸던 일이며, 사무실에서 개인적인 일을 직원들에게 부탁하는 바람에 동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현직에 있었을 때 어렵게 발걸음을 한 민원인들에게 왜 좀 더 친절하고 상냥하지 못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면서, 무슨 일이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진정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참 뜻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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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