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12.16 15:13:1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강길중

전 충북도 행정국장

세상 멋모르고 뛰어놀던 코 흘리게 시절, 그 짧은 다리조차도 마음 놓고 뻗을 수 없을 만큼 작았던,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방 2개에 물만 주면 쑥쑥 자라는 콩나물시루 속의 콩나물처럼 6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고 제대로 판단 할 수 없었던 어린 나이라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가족들 그 누구도 가난을 대물림 해준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방이 적어서 생활하기에 불편하다고는 눈 곱 만큼도 해 본적이 없었다. 봄이 되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을 찾아 앞산과 뒷산을 오르내리며 달콤한 꽃향기 배어나는 꽃잎을 따 먹기도 하고, 여름이 되면 앞개울에 나가 맨 손으로 고기를 잡으면서 물장구치며 미역도 감았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방안에까지 몰래 숨어 들어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찌르륵 찌르륵 울어 대는 귀뚜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곤한 잠에 떨어지곤 했다.

그런데도 유독 겨울 추억이 더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는 날이 계속되는 날 아침이면 문고리는 아예 꽁꽁 얼어붙어 지남철에 쇳가루가 달라붙듯 방문을 열 때마다 손이 쩍쩍 달라붙곤 했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던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던 날씨도 친구들 앞에 더 이상 장애물 이 될 수 없었다.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밖으로 뛰어나가 세상 모두가 내 것 인양 뛰어놀기에 정신이 없었다. 말 할 것도 없이 손과 발은 겨울 내내 동상에 걸려있게 마련이었고, 그때의 흔적이 지금까지도 발등에 파랗게 멍이든 훈장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밖에서 하루해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오는 저녁 시간이면 어머니께서는 발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동상에 걸린 발은 콩 자루에 넣고 자면 깨끗하게 낳는다고 하시고는 콩 한 자루를 가져와 발을 넣게 하고 콩 자루주둥이를 꽁꽁 묶어 주시곤 했다. 그렇지만 그 콩 자루가 밤새도록 얌전하게 있을 리 만무했다. 다음 날 아침이면 콩 타작을 해놓은 방바닥에서 콩을 주어 담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겨울의 기억은 이 뿐이 아니다. 어른들께서는 연례행사처럼 가을이 가기 전에 햇살이 따사로운 날을 잡아 겨울에 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 문짝의 4면을 빙 둘러 문풍지를 여러 겹 바르시곤 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겨울 밤 황소바람은 자신을 막아 내려는 방어기재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듯, 문풍지를 사정없이 밀쳐내고 안으로 들어와서는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얼굴이며 발등을 얼음장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그렇지만 우리 옆에는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질그릇 화로에 알불을 긁어모은 화롯불이 방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화롯불의 위력은 대단해서 방안은 금방 훈훈한 온기로 가득 찼다. 그때쯤이면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누나와 여 동생과 함께 화롯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않아 밖에서 뛰노라 언 손과 발을 녹이면서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워내곤 했었다. 하늘만 빠끔하게 올려다 보이는 첩첩산중 깡 촌에 한 겨울이 되면 해는 더 빨리 서산 너머로 숨어버렸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나서는 일지감치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50여년이 흘러가버린 지금, 딸아이가 결혼을 해 새 살림을 차려 나가고, 아들 녀석은 직장을 따라 서울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남과 6남매가 함께 살았던 집에 비하면 궁궐 같은 아파트에서 아내와 단 둘이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초가집에 살았던 그 시절이 훨씬 더 여유와 낭만이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왠지 모르겠다. 창문 너머로 하얀 눈이 날린다. 밖으로 달려 나가 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해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