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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5.01 14:26:52
  • 최종수정2025.05.01 14:26:51

박주영

시인·수필가

무심했던 춘삼월은 잔인한 4월에게 시간을 넘기고있다. 나는 일제히 피어날 나뭇잎들과 꽃천지를 만들어줄 봄을 맞이하며 생생한 아침을 맞는다.

세상은 모두가 서로 주장을 고집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시대에 살고있다. 오늘은 마음의 여유와 쉼이 부족한 숨가쁜 일상에서 벗어나 초딩 친구들과 1박2일 여행을 떠난다.

음성에 살고있는 나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서 행담 휴게소에서 만나기로했다. 다소 시간이 늦어져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맘이 앞섰다. 무려 40여분이나 기다려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21명이 리무진 버스에 앉아 고창을 향해 출발했다.

내 고향 고창의 하늘에는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추억이 안겨있다. 고향을 지키고있는 친구들 13명이 환~한 얼굴빛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친구들의 추억이 숨어 내려앉은 안옥한 이곳에서 기쁨의 생각이 출렁인다. 서로 주고 받는 조근조근한 말들이 3월의 산들바람을 집어삼키고 있다.

첫번째 코스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어려서 그렇게도 커다란 운동장이 아담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버린 학교 창문이 닫힌채 비어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칠순기념 사진을 찍었다.

그곳 운동장 한켠에 놓여진 보따리 하나를 발견했다. 94세인 이숙자 어머니께서는 딸내미 칠순을 축하해주러 오셨다가, 찬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단다. 마음실은 사랑의 보따리만 덩그러니 남겨놓으셨다. 마음이 찡~ 하게 아팠다. 돌아가신 내 어머니 생각에 그만 눈물이 흘렀다. 무우채로 배를 채우고 봄이면 씨 뿌리고 잡초를 제거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시던 어머니 얼굴~

이권수 친구가 마이크를 잡았다.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정년퇴직하고 고추농사를 짓고있는 친구는 우리들의 보석같은 사람이다. 구수한 말솜씨가 내 귀를 사로잡았다. 심원면 인천강을 지나 점심 식당을 찾았다. 보라네 뷔페식당은 사람이 줄을섰다. 수많은 반찬들이 즐비했는데 그중에서도 미역 바지락국이 내 입맛을 돋구었다.

다음은 구십포 해수욕장으로 차를 돌렸다. 재미나는 입담으로 고창의 곳곳을 해설해주는 권수 친구의 말중에서도 인생은 70부터란 말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가막도란 작은 섬은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수가있다고한다. 버스는 신나게 바닷길을 달린다.

살랑이는 바닷바람은 백사장 방파제를 흔들고 우슬우슬 꼬막이랑 조개가 나올것같은 갯벌을 파도가 집어 삼킨다. 서해바다는 긴~ 긴 시간을 떠나 보낸 언덕에서 그리운 가슴에 기둥을 세우고 수없이 많은 세월을 보냈다. 오소소 모여사는 갯벌의 마을에서 추억에 젖은 등대 옆으로 외기러기가 날개짓을 한다.

빨강 노랑 파랑색 둥그런 모양의 집이 바다에 떠있다. 공펜션이라한다. 그곳에서는 실제로 숙박이 가능하다고하는데, 바닷물이 들어오면 집이 뜨고 다시 가라앉는다한다. 저 멀리 영광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눈에보였다.

친구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법성포 해안도로를 달린다. 백선길 해안도로, 동호해수욕장, 명사십리길에서는 말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3월의 바람이 극성을 부리며 차갑게 귀를 때렸다. 우리일행은 시린 귀를 감싸며 백선가 해안도로를 나란히 걸었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휘게 흔들고 내가 밟은 나뭇잎이 바삭거린다. 지나온 세월 긴긴 날들 거울속의 내 나이를 바라본다. 대도시에서만 반백년을 보내고 나이숫자가 늘어났다. 친구들과 모여서 칠순 잔치라니 마음 한켠에 허망함이 밀려들었다.

멀리 보이는 산동네 마을에서는 된장시래기국 냄새 베인 작은방에서 어머니의 시름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능금이 빨갛게 익어갈 즈음에 밭에서 흙 먼지 묻어나는 수레바퀴를 돌리며 발 빠르게 움직이시던 아버지 얼굴이 눈에 아련히 떠오른다.

(장어와조개랑) 식당에는 우리팀만을 위해 저녁 상차림을 준비했다. 장어와 백합조개가 입맛을 돋구고 권수친구가 가져온 복분자 술이 추운 뱃속을 따스하게 채워주었다. " 이런일이 흔치않아 흔치않아" 건배 제의는 과연 일품이었다. 어깨를 들썩이는 친구들 입가에

웃음꽃이 "팡팡

웃음꽃이 "팡팡" 터졌다. "인생은 이제부터야" 라는 말이 나는 듣기에 가장 좋았다.

저녁 마을회관에서 음악잔치와 칠순 케익 컷팅식 시간이 돌아왔다. 34명이 마을회관에 모두 모였다. 흥겨운 음악소리에 맞춰서 한곡조 뽑는다. 술이 건하게 취한 친구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멋지게 춤을 추기시작했다.

낡은 목청을 모아 뽑아 올리고 가슴에 선율로 가득 채운다.

금빛 추억을 새기며 마음 시리도록 허전할 때, 세상을 온통 아름다움으로 채색하고픈 친구들과의 애틋한 시간을 즐겼다.

숨 쉴때 필요한 공기처럼 유일하고 소중한 존재들처럼 다정한 삶의 여유를 찾아, 시름을 풀기위해 칠순잔치를 서로 축하하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지만, 아직도 난 칠순이라는 나이가 실감이 안났다.

늦은 밤이 돌아왔다. 인옥이 친구가 재미있는 게임을 주선했다. 여고교감 선생을 정년퇴직한 사람답게 즐겁게 자리를 조성했다. 윷놀이시간이다. 남자와 여자팀을 만들었다. "자 받아라 윷나와라" 별말도 아닌데 왜 그리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는지 모를일이다.

어린시절을 같이한 친구들이라서일까? 어째튼 웃음소리가 밤하늘의 온 천지를 울렸다. 두번째로 아이엠 "그라운드 꽃이름 부르기 차차차" 게임이다. 기억이 점점 멀어지는 우리 나이지만 착착 진행이 잘되다가도 엉뚱한 한마디에 다시 배꼽을 잡고 한참을 웃는다.

게임에 걸린 사람이 업드리면 인디안밥을 외치며 세게 두드리고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언니께 께께께" 라고 외치던 소리를 난 잊을수가없다.

다음으로 화토장 맞추기 게임을하연서 밤이 새도록 우정을 다졌다. 그 뒤로도 초딩시절 담임 선생님들 이야기와 책상들고 운동장돌기 등등... 많은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더니 횡경막이 조금 아파왔다. 마지막으로 첫사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서로의 위로와 칭찬이 술렁이는 속삭임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밝았다. 정순친구가 만들어온 머우 된장무침, 갓김치랑, 것저리김치, 누룽지, 호박죽은 마치 내 어머니가 해주신 맛과 같았다. 내 옛 이름 명희라고 불러주는 친구들이 오래 같이 살아온 가족과 같이 느껴졌다.

내 눈에서 살며시 머물다가 동그란 달님처럼 홀연히 떠나간 내 어머니~ 그림자 뒤로하고 돌아보는 손짓너머 기억의 시간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고창 읍성에 도착했다. 빼곡한 큰 소나무 그늘 숲으로 들어갔다. 고창읍성에 자리잡고 서서 속을 단단히 채운 큰 소나무는, 태고적 고요를 간직하고 바람에게 실컷 얼굴을 두들겨 맞고있다. 커다란 둥치를 자랑하듯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 큰 그늘 아래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있다. 꽃잎을 드러내는 동백꽃이 피어있는 길에서도 나뭇잎사이로 움직이는 뱁새들의 몸짓이 바쁘다. 대나무 숲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는 내면의 고요함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 시간이 돌아왔다. 인옥 친구가 한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각가지 정성껏 차린 밥상은 서울 어느 고급식당이 무색할 정도였다. 네모라는 식당은 그린대로 인터넷에 자세히 소개할 생각이다. 펜션비용은 권수친구가 마련해줬고 점심 밥값을 고향친구들이 지불했다. 친구를 위한 그 마음이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다. 마지막 코스로 노동저수지를 찾았다.

나는 잠시 지난날을 돌아본다. 황망한 도심의 골목길을 돌아 삐걱이며 걸어온 종착역에서 집 하나 장만하는데 평생을 보냈다. 대립성의 구조에 맞춰서 존재와 존재가 서로 삐걱거리고 각자 자기 몫의 생각을 안고 짓밟힌 현실의 발자욱을 기억하며 추억이 흩트러질까봐 늘 조바심이 났었다. 떨어져 나간 마음 붙잡으려 온갖 애를 쓰며 살았다.

이제 회향의 본능으로 이곳 친구들의 따스한 우정을 다시 절실하게 느낀다. 그 동안 고향을 등진 친구들과 고향을 지킨 친구들과의 만남이 가슴 설레게 기쁘다. 마음 언저리에 깊게 맺힌 동심을 아작아작 깨물며 향기 곱게 우정을 다졌다. 발갛게 두근거리는 얼굴로 기쁨과 기쁨이 만나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다. 친구들아~ 다시 만날땐 건강한 얼굴로 웃으며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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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