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충주 25.4℃
  • 맑음서산 21.4℃
  • 맑음청주 25.4℃
  • 맑음대전 25.8℃
  • 맑음추풍령 26.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맑음홍성(예) 23.7℃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고산 18.1℃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제천 23.9℃
  • 맑음보은 25.4℃
  • 맑음천안 24.9℃
  • 맑음보령 22.5℃
  • 맑음부여 24.9℃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10.31 14:08:23
  • 최종수정2023.10.31 14:08:23

박주영

시인·수필가

분주한 아침 일상에서 벗어나 국립 양로원으로 발길을 향한다. 바르게살기 회원들과 함께 동행했다.

양로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빛이 휑~한 어르신들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목발을 짚거나 휄체어에 몸을 의지하고있거나 절뚝거리며 걷는 분도 계신다. 그곳 두터운 벽면 안에 갇혀 초췌한 맘을 기대고 살아가시는 듯하다.

마치 섬에 갇힌 외로운 사람들처럼 무료함이 찾아들 때마다 과거의 꿈을 지우게로 지우고, 꾸역 꾸역 시간을 삼키고 계시는 듯 보인다.

무심하게 오도카니 앉아 계시는 어르신께 다가가 "안녕하세요?"

다정하게 인사드리자 공허한 설렘으로 허틋한 웃음 지으며 "당신이 누구여…"

내 손을 만지면서 가슴 아픈 설움을 삼켜 눈물을 글썽이신다.

체온을 같이 나누던 자식들과 헤어져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다가 쭈글하게 늙어 가는 새처럼 여윈 목이 슬퍼보인다.

유난히 말수가 작아 얌전한 어머니 한분 곁으로 다가갔다.

공손히 눈인사 드렸더니 나를 덥썩 껴안으면서

"왜 이제왔어? 내 딸아" 하시며 속울음 삼키신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것같다.

매일 미동 없이 서 있는 눈사람처럼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 줌 노을속에 얼굴을 파묻고 공허한 마음에 젖으셨으리라.

또 다른 남자 어르신께 다가가서 손을 잡아드렸다. 어느 한 곳만을 바라보며 싸늘한 무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아 계신다.

"아버님 어디 아프신데는 없으신가요?" "괜찮아 나 안아파요"

더듬거리며 애써 웃음짓는 모습이 천진스러우시다.

산 그림자 드리우는 저녘에 마음 갈피에 묻어두었던 말, 말들… 지난 날 배추전 몇장과 막걸리 한잔에 서로 이마 맞대고 의논하던 피붙이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품안으로 모여들던 자식들을 멀리 보내놓고, 기억으로부터 멀어지던 날, 누군가 아무도 환대하진 않아도 과거로 돌아가고픈 눈빛이 애처로우시다.

외롭게 앉아계시는 다른 어르신들 손을 일일히 잡아드리며 마음깊은 정을 느꼈다.

마치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난 듯 눈시울이 앞을 가렸다. 살아계실 때 더 찾아뵙지 못한게 한없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이 간절하다. 까마득히 먼 길을 돌아보면서 외로움이 더해지면, 마음속 촛불로 애절한 기도드리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홀로 남겨진 깊은 상처를 안고 무심한 겨울 밤을 홀로 지새우셨으리라. 나는 깊은 상념에 빠져있다.

그때였다. 빵빠레 같은 흥겹고 커다란 음악소리가 홀안에 울려 퍼졌다. 공연단 가수의 신나는 노랫소리가 들리면서 흥겨운 공연이 시작되었다.

유난히도 흥이 많으시던 친정 어머니 생각이 난다. 장고를 어깨에 메고 덩실덩실 춤을 추시던 내 어머니…. 지금은 우리곁을 떠나 하늘나라에 잘 계시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부모님 앞이라 생각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러드리고 춤을 추었다.

삼계탕 한 그릇으로 신선한 기운 머금고 좋은소리만 주워 담아 귀를 두텁게 세우시는 어르신들…. 맛나게 드신 후, 웃음꽃으로 빈 가슴을 채우고 마음이 동그레지신다.

어둡던 마음을 해빙시킨 파랑새처럼 활짝 웃으며, 하늘 닿도록 날고픈 소망으로 푸른 심장의 눈을 뜨시는것 같다. 여름 더위를 소담스럽게 받치는 듯 입가에 신선함이 넘친다.

꿈을 쫒아 생각을 깜박거리시다가, 아이들같은 눈빛으로 내 귀에 속삭여주셨던 그 목소리와 조용한 미소가 아름답다.

꽃같은 마음의 향기를 전해드리려 온갖 몸짓과 흥겨운 노래로 즐거웠던 나의 하루. 천사의 선물같은 자원봉사의 이날을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하리라 생각하며 그곳을 떠나왔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