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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02 14:38:13
  • 최종수정2025.02.02 14:38:12

박주영

시인·수필가

지난 밤 꿈의 설렘으로 눈을 뜬 아침이다. 며칠전 폭설이 내렸던 마당에 찬바람이 스친다. 대야에 담긴 물에 살어름이 얼었다. 오늘은 음성군 소이면 충도리 노인회관으로 향한다. 팥죽 나눔 행사에 참여 하기위해서다.

내 남편은 매년 농사 일에만 몰두하다가 오늘은 봉사일에 동참했다. 산을 타고 넘는 충도리 마을 언덕받이에도 겨울바람이 차갑다. 진종일 추위에 떠는 햇님이 회관 마당에 찾아들고 멀리 흰구름이 하늘가에 걸쳐있다.

행사 책임을 맡은 귀촌회 이원선 지역장님은 스스로 나서서 회원님들과 상의하면서 행사 재료를 준비하셨다. 탁자, 의자, 지붕있는 텐트 등은 면사무소에서 빌렸고, 커다란 솥 6개는 각 마을 부녀회에서 구했으며 일회용 용기및 종이컵이랑 용품은 나와 함께 사러다녔다. 또한 팥 10말 찹쌀 부침 재료로 애호박, 당근, 청양고추도 알뜰한 맘으로 준비하셨다. 모든 행사비는 군청 보조금으로 실시된다.

여자회원들이 소매를 걷어올리고 팥과 찹쌀을 씻고있다. 나는 회관안에서 전 부칠 재료로 호박과 부추 당근 등 채를 썰었다.

남자회원들이 회관 마당에 모닥불을 지피우고, 커다란 솥 6개를 걸어놓고 가스불을 붙인다. 팥이 익어갈때 쯤 불린 쌀을 방앗간에서 빻아왔다. 익은 팥은 잘 건져서 커다란 믹서로 갈았다.

한편에서는 여자회원들이 빻아온 찹쌀로 새알심을 만들기 시작하고, 다른 회원들은 삶은 팥을 갈아서 커다란 솥에 부어서 정성껏 큰 주걱으로 젓기 시작한다. 보글거리며 끓고있는 솥안으로 빚어놓은 새알심을 넣고 다시 끓인다.

코끝이 쨍~한 초겨울 움추린 한낮의 해를 바라본다. 잊을수록 생각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이 그립다. 솔가지 뚝뚝 분질러 차가워진 방에 군불을 지피웠던 기억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이곳 촌살이에 빠져사는 사람들… 여기모인 귀농귀촌회 사람들은 주로 대도심에서 살다가 내려오신 분들이다. 구름이 내려와 살기 좋은 산골에서 봄비가 촉촉하던 지난날엔 농사일을 열심히 돕고, 촌스럽게 사는게 가장 자연스러운거라며 비할 때 없는 여유와 행복으로 지혜가 늘어간다.

나는 커다란 주걱으로 팟죽을 저어줄때 잠시라도 멈추면 아래 솥바닥에 눌러 탈까봐 열심히 끓을때까지 저었다. 어깨에 통증이 밀려왔다.

불편한게 행복한거라며 서로바라보면서 다시 웃음짓는 회원들...비워서 얻어지는것들과 낮은곳에 머무는 사랑 되씹으며 촌살이에 시간이 익어간다. 따뜻하게 뎁혀진 오뎅 한그릇으로 시장기를 달래며 허기진 속을 웃음으로 꽃피운다.

KBS 방송국에서 팥죽 나눔 행사를 찾아왔다. 충북방송 (지금 충북은) 12월 19일 5시 40분 방송 예정이다. 나는 팥죽을 큰 주걱으로 힘껏 저으면서 촬영에 참여했다. 티브이 녹화에 동참하는 다른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하늘가에 울려퍼졌다.

완성된 팥죽을 준비한 용기에 나눠 담는다. 600그릇이나 되는 팥죽은 각 마을별로 나눠서 독거노인이나 양로원 장애인협회 등으로 보내진다.

나는 팥죽을 나눠드리려고 독거 어르신댁에 방문했다. 숲속의 생명들이 동안에 들어가면 따뜻하게 데워진 구들목에서 추위를 보호받는 어르신들~ 막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어른되어 떠났고, 풍성하게 둘러 앉아 부산했던 식탁 모서리를 바라보신다. 헛칸 건너 작은방 손자들이 뛰어놀던 휑한 창문을 들여다보다가 쓸쓸히 웃음지으신다. 가지고간 팥죽을 고맙게 받아 드시면서 "고맙구만요." 맛있게 팥죽을 드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따스한 웃음이 나왔다. 아팠던 어깨 통증이 어느새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르신께서 그동안 농사일에 지친 시간을 보내느라 만나기 힘들었던 이웃들을 찾아 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신다. 그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워보였다. 길가에 핀 겨울 꽃들도 서로 바라보며 웃고있다. 귀촌회 각 지역장님들도 마을 이장님들께 팥죽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나무들은 겨울빛이 내린 자리에 아쉬운 별점을 찍고 참바람이 나뭇가지에 걸려 휘청거린다. 겨울에 둥지를 틀지 않는 철새들은 떠난지 오래인데 내 머리위로 새 한 마리가 조용히 날아간다.

오늘도 서쪽 하늘 노을이 아름답게 걸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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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