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7℃
  • 맑음강릉 23.6℃
  • 맑음서울 22.3℃
  • 맑음충주 20.6℃
  • 맑음서산 20.4℃
  • 맑음청주 24.7℃
  • 맑음대전 23.3℃
  • 맑음추풍령 19.2℃
  • 맑음대구 25.4℃
  • 구름많음울산 21.1℃
  • 구름많음광주 23.3℃
  • 맑음부산 22.5℃
  • 맑음고창 20.5℃
  • 맑음홍성(예) 22.0℃
  • 흐림제주 22.4℃
  • 흐림고산 20.6℃
  • 맑음강화 18.2℃
  • 맑음제천 18.5℃
  • 맑음보은 21.0℃
  • 맑음천안 20.7℃
  • 맑음보령 18.6℃
  • 맑음부여 21.4℃
  • 맑음금산 20.3℃
  • 맑음강진군 21.6℃
  • 구름많음경주시 22.8℃
  • 구름많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주영

시인·수필가

새벽 아침 창문을 연다. 싱그럽게 첫 입을 떼는 새소리와 함께 여명의 꿈을 안는다. 빈 가슴속 빗장을 활짝 열면 봄 향기가 '톡톡' 내 마음을 노크하고, 들꽃들의 연분홍빛 설렘이 아른거린다. 나는 하던 일을 잠시 털어내며 봄맞이 길에 나선다.

바쁜 농사 일 틈으로 얻어내는 고마운 일상, 그것은 묵묵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는 참된 평화다. 차분한 생각 속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넓은 들판을 걷는 일, 그것은 내게 슬픈 공허함을 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두 볼을 스치고 지나는 부드러운 바람결은 겨우내 속앓이 하던 아픔을 씻어라도 주는 듯,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마을 고샅길을 돌아 낮은 돌담의 한가로운 정취를 즐기며 걷다보니, 세상살이에 지친 할머니가 쓰다버린 유모차를 힘들게 끌다가 자불자불 졸고 있다. 세월의 주름진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른한 햇살이 크게 하품을 하고, 흰 구름이 멀리서 둥실 떠오른다.

노년기의 표정은 그 사람의 언어라는 말이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이나 사람이 태어나 청춘을 누리다가 시들어가는 일이나 같을진데, 사는 동안 누구든 굳은 일이나 아니꼬운 일 한번 겪지 않는 사람 있을까?

동네 골목길을 지나 너른 들판 청 보리 밭길을 걷는다. 보리는 겨울 차디찬 흙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서로 몸을 스치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 옆 밭둑길에서 풀꽃들이 하늘거리고 그 가장자리에 들풀들이 빈자리를 가득 채운다.

훈훈한 바람을 앞당겨 봄빛이 다녀가신 그곳에, 햇빛을 정답게 나눠 망울져 깨어나고, 새순으로 꽃대를 세우더니 맑은 얼굴을 내밀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키 작은 풀들은 비바람에 꺾이는 아픔을 잊고, 목마름을 잘도 참아낸다.

햇살을 즐기던 풀꽃들이 자지러지게 웃으며 꽃 피울 날을 꿈꾸고, 체온을 같이 나누며 수줍게 방싯거린다. 머지않아 활짝 예쁜 꽃을 피울 것이다.

자연의 싱그러움이 주는 자유를 누리자니 지난 날 도심에서 있었던 슬픈 기억들이 떠오른다. 내 주위 사람들 중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도 그 몫을 제대로 못하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나도 그런 아픔을 당하고도 끊어버리지 못한 채 상처를 안고 산다.

사람들과의 관계란 호밋자루에 묻은 흙을 털어내 듯 그리 가벼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그 상처로 인해 고민하고 잠 못 이뤄 밤을 지새우곤 한다. 내 좁은 심성 탓일까? 오늘 넓은 들판에서 복잡한 생각들을 놓아 떠나보내고 싶다.

총총히 바쁜 걸음으로 들판을 걷노라니 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저 멀리 샛강에서 맑은 물이 뒤척이며 흐르고, 쪽빛 하늘에 비비새 몇 마리가 햇살을 가르며 날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간혹 기억 속에서 놓쳐버린 흰 구름을 쫓아 남쪽의 고운 소식 바라보니, 마음 속에 그윽한 기쁨이 일렁인다.

들풀들은 자기 스스로 키를 키워 사람들의 고요한 마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그 속에 살아가는 풀벌레들의 편안한 귀의처를 제공 한다 그 안에서 사랑을 노래하고 춤추고 꽃향기를 찬미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대로 젖는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는 발길로 짓밟아도 싱그러운 풀 향기 가득 채우며, 갖가지 꽃으로 들판을 호강시킨다.

내게 들꽃들의 속삭임은 값진 마음의 안정을 선물해주고 있다 웬만한 일은 잘 참아내라며 다독여 주고, 더욱 더 겸손해지라 자근자근 속삭여준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동화 속 공주처럼 자꾸만 동심으로 이끌어 내린다. 내게 유일한 즐거움을 안겨 주는 이곳에 참 평화가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이연희, "100만 청주, 몇 사람이 아닌 청주시민이 함께 그려야"

[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HBM4 16단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종합할 때 청주시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1조원 수준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 막대한 재원이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흩어지면 청주의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원은 행정 몇 사람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함께 그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1조원 세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위원회'가 6·3지방선거 민주당 주요공약으로 다뤄지는 것인가. "이번 공론화 제안은 청주에 들어올 수 있는 큰 재정을 미래의 청주를 위해, 청주답게, 또 시민답게 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약화 여부는 결국 청주시장 후보자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의 미래 비전과 행정 철학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 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