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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시인·수필가

겨울빛이 내려앉아 산도 물도 추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나무들은 청량한 공간 빈숲에서 그늘도 없이 서 있다. 가슴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의연하게 버티고 서서 추위를 견딘다.

나는 오늘도 마당 비질로 고요한 하루 문을 연다. 햇살이 창공을 가르며 지나간다. 바람 끝 차거움을 참아낸 동백은 아픔을 머금어 꽃숭어리를 활짝 피어내고있다. 떨어질 때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한송이 그 의미를 새기면서….

우리 정원의 나무들이 좁은 가지 사이로 햇빛을 서로 나눠 갖는다. 지붕 처마밑 작은 풍경소리가 바람에 스치 듯 딸랑거리고, 찬바람에 움추리던 마지막 이파리 하나가 떨어진다. 나뭇잎들도 뿌리와 정든 인연을 끊고 낙엽되어 옷을 벗었다.

하늘에서 새소리가 요란을 떠는 이곳에 고목의 그림자가 둥치 채 마당으로 들어온다. 산새소리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속에 갈색 낙엽들이 빈 몸으로 뒹굴고있다. 나는 굴참나무와 상수리 이파리 떨어진 한적한 산길을 바라본다.

산능성이 언덕받이에도 겨울빛이 내려앉았다. 동짓달 추운밤을 껴안고 삭풍에 시달린 마른 풀들이 찬바람에 휘청거린다. 생명들도 쉬어가는 이계절에 나도 모든 허울을 내려 놓는다.

허공을 날던 까치도 둥지를 떠나고, 가을이 멀치감치 물러난 외진곳에서는, 따순 방에서 한 겨울을 나기위한 김장은 시골살이 필수다. 또한 겨울 준비로 메주를 쑤기위해 노란 콩을 하룻밤 불려 큰 솥에 삶는다. 마당 한쪽 구석에 장작불을 피우면서 '타다닥 타다닥' 타오르는 장작불꽃 앞에서 시름을 잊고, '토닥토닥' 메주를 만들어 띄운다.

나는 9년 전 산골 마을에 작은 집 한 채 지어 놓고 팍팍한 도심의 삶을 접었다. 뚝심으로 지켜온 밭에서 온힘을 실어 한걸음 내딛으면서 자연의 순리에 맞춰살아간다.

복잡한 도시보다 코끝이 차가울수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산골이 좋다. 조금은 외떨어진 곳에 살아도 숲속 나만의 마음속 공화국을 만들어 놓고 천진난만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지난 날 도심에서 사람들과의 불협화음으로 불면증을 심하게 앓았다. 입원치료까지 받았던 기억이난다.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고통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사람 사이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거 같다. 마치 멀치감치 서 있는 나무들처럼….

이곳 넓은 들판과 숲에 깃들어 살면서 선한 눈빛으로 이웃들에게 포근한 어깨를 내어주고 싶다. 번뇌의 이불 속 불면의 밤을 고이 접어두고 내가 먼저 진정한 가슴을 열고 따스한 정을 나누리라. 생각을 곱게 다짐하며 창문 너머 멀리 논과 밭두렁을 바라본다.

소매 걷어부치고 살아가던 지난날, 설렁설렁 무쳐낸 배추 것저리와 '뚝딱' 촌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우고, 촌스럽게 사는게 가장 자연스러운거라며 참 노동의 가치로 지혜가 늘어간다.

나에게 이곳은 세상살이를 헛되지않게 살려는 보람의 순간을 제공한다.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산만큼 아늑한 기쁨을 주는 곳이 드물다.

한낮의 빛을 잃은 태양이 가느다란 숨을 내쉬며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키가 큰 나무 끝 새들 둥지가 쓸쓸하다. 나는 곶감 속살처럼 마음을 곱게 묶어두고 하루 힘듦을 잊은 채 조용한 숨을 들여다본다. 가을겆이 농사일 모두 끝낸 지금의 여유로움을 무엇과 비할 수있으랴!!

이제 밤이 되어 허전한 거실을 돌아본다. 따숩게 뎁혀진 구들목에서 작은 설렘으로 차 한잔에 목을 적신다. 고요한 달빛아래 침묵이 좌정한 곳에서 담쟁이처럼 기어오르는 긴 회상으로 나만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며 찬바람이 잠들기를 기다린다.

멀리서 천천히 밀려오는 산그림자가 찬바람에 서성이고있다. 쓰레기통을 뒤져 허기를 면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리는 밤하늘에 유성들도 뒤척이다가 잠이든다.

머지않아 앞산 소나무 숲에 하얀 눈이 내리면 내 소원을 새긴 발자욱 하나쯤 남겨놓으리라. 새벽을 깨우는 첫 기차소리가 철없이 칙칙거리고 찬바람이 내 창을 두드릴 때마다 마음속 고요를 껴안고 아직 다 부르지 못한 노래를 멋지게 한곡조 부르리라.

속절없이 다가오는 황혼의 인생길에서, 작은 사랑 이야기를 새겨 놓고, 내 생의 노을을 잠가둘 궤짝 하나쯤 마련해 두고싶다.

세월을 강물처럼 흘려 보낸 이곳에서 마지막 달력이 달랑 한장 남아 팔락 거린다. 나는 지난날 기억속 기쁨의 훤~한 보름달을 껴안으며, 밝아오는 2025년 새해 아침을 맞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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