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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1.07 15:30:53
  • 최종수정2024.01.07 15:30:53

박주영

시인·수필가

흰 눈송이가 내 맘 속으로 뛰어 내리던 날이었다. 농사일을 마치고 한가함을 즐기고 있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3박 4일 친목회 여행을 거제도로 정했단다.

오늘은 복잡한 생각 죄다 미뤄 놓고 작은 꿈을 열어 초딩 친구들을 만난다. 머리를 길게 땋아내린 옛 고향 소녀들이 황혼길에 나선 어른들이 되었다.

갯벌을 삼키고 웅크린 백합조개가 얼굴을 내민다. 바다속 깊은 곳에서 숨을 쉬는 소금은 자기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북풍에 놀란 가슴 쓸어안던 왜가리떼들도 남쪽에 둥지를 틀었는지 보이질않는다.

바닷가 소나무 숲을 거닌다. 친구들이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생각들을 풍란 뿌리처럼 내보이며 삶의 푸념을 털어낸다. 눈물이 말라 소금꽃을 피우던 속세의 좁디 좁은 가슴까지 모두 열어놓는다. 해놓은것 없이 풋풋한 청춘을 다 보내버렸지만 그동안 쌓인 이야기꽃이 샘물처럼 '퐁퐁' 솟고 깨알같이 '솨솨' 쏟아진다.

우리는 갯바위 우정을 새기며 서산에 걸터 앉은 노을을 바라본다. 겨울에도 쉬지않고 섬의 하루를 되새기며 길게 누워버린 바다는 뒤척이다가 지친 가슴 껴안고, 세월의 흐름에 닳고 닳은 몽돌은 칙칙한 마음을 파도에 씻겨내며 세찬 바람을 잠재운다. 하늘을 날던 갈매기들도 '끼룩끼룩' 창공에 날개를 펼친다.

우리 일행은 반듯한 계단을 올라 신의 품속 같은 바닷가 낮은산에 오른다. '헉헉' 거리는 숨소리로 오르고 또 오르니 결국 정상도 발 아래 놓이고 '졸졸' 흐르던 계곡 물소리도 조용히 깊어진다.

고스란하게 간직한 태고의 침묵을 껴안고 절벽 끝에 서 있는 작은 소나무들이 안쓰러워 보인다. 차가운 흙속에 뿌리를 묻고 서 있는 나무들에게서 삶의 태동을 느끼며, 나는 속으로 중얼인다. '나무들아 겨울이 춥다고 떨지마라! 머지않아 봄꽃이 너희를 반겨줄테니~~'

우리는 바람이 살살 등을 밀어주는 바닷가에서 겁에 움추렸던 기억의 상념들을 첫눈처럼 날려보내고, 서로 따스한 대화로 하루해를 조용히 덮는다.

갯비린내 은은한 바닷가 마을에 돌바람이 사방을 흩트려 놓고 지나간다. 서풍의 바람속에 언뜻 보이는 하늘가에서 외로운 파도 울음소리를 듣는다. 큰 파도가 모여 가끔 바다를 성나게 하지만, 바위에 튀어오르다가 사라지는 물방울들이 방파제와 육지에 기대어 쉴곳을 찾는다.

우리는 간밤에 쌓인 수심에서 깨어나 아침을 맞이한다. 겨울 별미인 어리굴젓이 맛깔스럽게 허기진 침샘을 건드리고, 속풀이 황태미역국을 '훌훌' 시원하게 들이킨다.

마을의 좁은 돌담길을 걷는다. 언밭의 마늘이 푸른 이파리로 얼굴을 내밀고, 꽃망울 맺는 매화는 꽃샘추위를 견뎌내고있다. 차디찬 바닷바람을 온통 뒤집어쓴 큰 소나무 나뭇가지위에서 산까치가 깍깍거린다.

뚝방길에 고개숙인 노을이 다시 서산을 넘기고있다. 길섶 대숲에서 팔락이는 참새들의 날개짓이 부산스럽고, 댓잎은 텅 빔속 곧은 절개로 날카로운 이파리를 팔락거린다. 바닷가 전봇대는 홀로 서서 겨울밤을 지키고, 겨우살이 잘 이겨낸 잔별들이 달맞이 꽃속에 얼굴을 묻는다.

우리는 작은 난로가 놓인 훈훈한 카페에서 마른 국화 꽃송이로 우려낸 차 한잔의 추억을 남기고, 숨기고픈 부끄러움과 가슴에 간직한 눈물까지도 이야기꽃으로 피어오른다.

수줍음이 성숙한 지난시절 날마다 그립던 노을빛 따다가 곱게 머금고, 꽃비를 그리며 신바람이 '토닥토닥' 묻어나는 지금 우리는 겨울 바다 여행중이다.

세상 어긋남을 함박 터지는 웃음으로 지우고, 단순하게 '속닥속닥' 서로를 가슴에 껴안을 때, 우리의 추억은 어떤 향기와 빛깔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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