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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시인·수필가

새벽부터 복숭아 선별 작업장 정리하느라 바쁘다. "농촌에 살으리랏다" 텔레비전 녹화 촬영 장소로 우리가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방송국 직원들과 같이 농장으로 향했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우리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피디님의 첫 질문을 시작으로 맑은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언제 귀농하셨나요?

지난 7년 전 추억의 서랍을 열어본다. 담장너머 하얀 찔레꽃 넝쿨 피어나는 봉전리 마을에서, 처음 서 있던 그 자리, 우리부부의 마음은 초록빛 보리밭 물결처럼 출렁였다. 그렇게 시골살이가 시작되었다.

-귀농하기 전 도시 생활은 어떠셨나요 지난 날 떠오르는 기억들로 생각에 잠긴다. 추억의 조각들을 끄집어내보면, 우리부부 만큼은 항상 희망을 노래하자 손가락 걸었건만, 하얀 눈물자국 남기며 어찌 좋은 일만 있었을까.

사랑이라 믿었던 결혼생활, 그 설렘의 시작은 눈물이 반이었다. 부부의 인연이란게 순간 스쳐버릴 인생길에서 옆구리 "콕콕" 쑤셔 잘살아보자고 다짐했건만 우여곡절 끝에 사연도 많고 탈도 많았다.

-도심에서와 지금의 삶은 어떻게 비교되나요 복숭아 농장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도시에서의 삶이란게 획일적인 생활로, 남편은 시계처럼 직장을 다녔고 나는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33년째 되던 어느 날, 남편이 신문사 정년 퇴직으로 직장일을 끝내자 공기 맑은 곳 음성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처음에는 작은 텃밭이나 가꾸면서 건강 하나 지키고 싶은 마음과, 내면의 발견을 위한 글쓰기에 몰입해보려는 그런 꿈을 꾸었다. 그러나 시골생활이란게 마음과 뜻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일손이 모자란 남의 집 농장의 일을 돕다가 농사일을 배우게되었다. 밭을 처음 구입해서 복숭아농사를 시작했을 때 우왕좌왕 서투른 실수가 연속으로 이어지고, 전동차 바퀴에 묻은 흙먼지 털어내며 밭 고랑에 따놓은 복숭아박스 옮기느라 어깨가 아플때도 있었다. 생각과 뜻대로 되지않는게 어디 한 두가지였을까.

그럴때마다 우리부부는 밭고랑에 앉아 정직한 표정으로 쓴웃음짓곤했다. 그러나 복숭아가 익어 얼굴 붉히며 단 열매를 맺을 때 마음속에선 환희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뿐인가!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밭고랑에서 결실의 박수를 서로에게 보내며 환~하게 웃기도했다.

그런 맘으로 흙과 한 몸 되어 알콩달콩 살아온 지난 날들....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잘살아보자 마음 먹었던 도심의 생활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결혼생활 40여년을 훌쩍 넘겨버렸다.

-마지막 질문으로 농촌에서 오래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게 있으신가요 저희는 이미 꿈을 이뤘습니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그러니 농장 규모를 줄이고 작은 앞마당 정원이나 가꾸면서 "토닥토닥" 다투며 사는게 꿈입니다. 방송은 이렇게 끝이났다. 그러나 내 마음속 희망의 기도는 계속 이어진다.

침묵의 둥근 보름달처럼 우리 두사람 일상 좋은 진동 소리만 감지하고 더욱 비옥하게 가꾸게하소서. 늦가을 길 고요함속으로 풀벌레소리 귓전에 들리는 이곳에서, 빈 가슴 청정 하늘가에 석양빛 노을이 조용히 스며들게 하소서

우리부부의 사랑 밭에 새봄이 다시 찾아오면, 담 너머 초록 들녘 바라보며 아침마다 하루의 행복을 스케치하고, 한 발짝 서로 양보하는 황혼의 내리막길에서 미래의 참된 시간을 충분히 즐기게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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