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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표 전무의 미얀마 배낭 여행기Ⅰ

속박없는 배낭여행 '자유.여유.힐링' 만끽
시골서 만난 아낙들 얼굴에 순박함 절절
80세 노모 "나 외로우니 우리집서 자고 가"
전기없는 오지 부족마을 1박 색다른 경험

  • 웹출고시간2016.02.25 18:36:37
  • 최종수정2016.03.03 18:14:57
[충북일보] 생애 처음 해보는 배낭여행. 경험 많은 친구 부부가 있어 믿고 떠났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자유, 여유, 힐링이다. 설 명절이 끝나자 마자 인천공항을 출발, 미얀마(Myanmar)에 도착한게 이달 10일. 이 나라 최대도시 양군(Yangon)과 불교 유적지 바간(Bagan)을 거쳐 4일째 되던 날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껄로(Kalaw)로 이동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이곳은 고산지역에 위치해 걸어다니기엔 더없이 좋다. 주변의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간에서 육로로 7시간을 달려와 그런지 다들 지친 기색이다.

첫 날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쉐우민(Shwe Umin) 동굴사원을 둘러봤다. 세 개의 석회동굴 내부가 크고 작은 황금색 불상들로 가득하다. 작고 한적한 마을 분위기에 일행은 속절없이 취했다. 결국 이곳에서 이틀을 묵기로 했다.

다음날 주변 풍광을 조망하기 위해 마을 뒷 산으로 트레킹을 나섰다. 어디까지 가겠다는 목표따윈 애당초 없다. 이름 모를 작은 사원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니 영락없는 우리네 옛 동구밖 풍경이다. 두레박이 딸린 우물통이 눈에 띄어 무작정 집안으로 들어섰다. 식수가 귀해 인력으로 길어온 물을 모아 놓은 집수정이다.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인 주인장이 씩 웃더니 물동이 메는 시범을 보인다. 순박함이 얼굴에 절절이 배어 있다.

삶의 무게만큼 묵직한 짐을 짊어지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소수부족 여인(왼쪽). 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곳에서 땔감확보는 아낙네들의 일상이다.

얼마를 올랐을까. 아낙네가 등에 나무 짐을 지고 내려온다. 우리를 곁눈질하더니 얼굴을 땅에 푹 묻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진다. 아마도 부끄러움 때문일께다. 이곳에서는 땔감을 준비하는 일이 큰 일과중 하나다.

산비탈에서 곡괭이 하나에 의지해 밭을 일구는 모습.

비오듯 하는 땀을 핑계로 하산하는 과정에 산비탈에서 곡괭이질 하는 한 무리의 아낙들네들을 만났다. 역시 수줍음이 배어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거부감은 없다.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를 얼굴에 맞추니 청초한 웃음으로 손까지 흔든다. 산비탈에 나무를 심는 중이다.

멀지 않은 곳에선 한 아낙이 산비탈을 개간하고 있다. 손에 쥔 연장은 곡괭이 한 자루 뿐. 그 옆엔 간난아이가 대나무 바구니 안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고 오빠인지 형인지는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낯선 이방인들을 경계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곡괭이를 건네받아 일손을 도왔다. 고마워 몸둘 바를 모른다. 사탕 몇 개를 꼬마에게 쥐어주니 몸을 배배 꼰다. 가진 건 없지만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인레(Inle)호수까지의 트레킹에 도전했다. 제대로 하려면 2박3일 동안 하루 20여km씩 걸어가야 하지만 몸이 부실한 아내들을 위해 세미 트레킹 코스를 선택했다.

전통민속마을에서 잠을 자며 하루 10여km를 걷는 1박 2일 일정이다. 영어소통이 되는 여자 가이드 둘이 동행했다. 23살과 17살의 아가씨들로 첫 인상부터 살갑다. 껄로에서 인레호수까지의 트레킹 코스는 무척 다양해서 가이드의 도움은 필수다. 끼니도 이들이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우리의 60년대를 연상케 하는 소달구지. 두 마리가 끄는게 우리와 다르다.

길을 걷는 내내 눈에 잡히는 풍경은 우리의 60년대 시골 분위기와 흡사하지만 때론 독특한 그들만의 생활모습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학교 주변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도로마다 설치된 대나무 차단기

학교 주변의 도로마다 허름하게 설치된 대나무 차단기도 그런 모습 중 하나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소음을 최소화 하려는 이웃 어른들의 배려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한나절이 지날 즈음 소수부족 마을의 한 가정에 들렀다. 대나무로 지은 2층 구조의 전통가옥으로 1층은 창고로 쓰고 2층에 부엌과 주거공간이 있다. 80이 넘은 할머니가 머리에 전통두건을 두르고 손님을 맞는다.

트레킹 도중 점심 자리를 마련해 준 할머니와 함께. 머리에 두른 전통두건이 이채롭다.

없는 살림이지만 내부가 정갈하다. 아마도 미리 연락을 받고 정리를 한듯하다. 이 곳은 트래커들이 여간해서는 거쳐가는 코스가 아니어서 그런지 할머니의 대접이 융숭하다. 아들이 해줬다는 귀걸이가 유난히 반짝인다.

가이드들이 장작불을 지펴 지은 점심을 끝내고 대나무 거실바닥에 누우니 잠이 스스르 온다. 단잠에서 깨어 가이드의 통역으로 할머니와 얘기꽃을 피우니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시 짐을 꾸리고 일어서는데 할머니께서 오늘 저녁 자고 가란다. 이혼한 아들과 둘이서 사는데 외롭다며 붙드는 노모의 모습에서 어머니가 겹쳐진다. 기념사진을 찍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할머니는 동구밖까지 마중나오시며 이방인들에게 어딜 가나 축복이 함께 있으라는 덕담을 건넨다. 자식 먼 길 떠나보내는 우리네 시골 풍경 그대로다.

들과 얕으막한 언덕과 내를 지나 1박 예정지인 소수민족 마을에 도착했다. 제법 그럴싸한 2층 대나무 구조의 민박집이다. 대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간이 샤워장과 일부러 들여다보면 볼 것 다 볼 수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 정겹다. 물사정이 좋지 않아 옛날 여인네들 뒷물 하듯 바가지로 겨우 먼지만 털어냈다.

불교유적지 바간에 산재해 있는 사원들. 그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어둠이 노을마저 삼켜버릴 즈음 빌리지 투어에 나섰다. 전화도 안되고 전기도 안 들어오고 텔레비전도 없고 버스도 안 다니는 동네. 왁자지껄 놀이에 빠진 동네 아이들도, 80년 됐다는 고즈넉한 사원 풍경도, 마당에서 불을 지펴 매운 연기 들이키며 온 식구가 모여 저녁을 짓는 모습도,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반짝임도, 마당마다 수북히 쌓아놓은 퇴비더미도, 해질녘 수십마리 소떼를 몰고 귀가하는 목동의 모습도 모두 여행객들에게는 색다른 추억거리다.

가이드 아가씨들이 준비한 저녁상이 진수성찬이다. 고기반찬이 있어 푸짐한게 아니다. 정성이 가득해서다. 최소한의 불빛으로 손님을 맞는 이 곳의 정취에 취해 이내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자명종이 없어도 잠은 저절로 깬다. 새벽닭 우는 소리와 재잘대는 새소리를 언제 들어봤던가. 아침을 준비하는 매케한 연기내음 마저 신선하다. 하나뿐인 화장실은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하다. 고양이 세수는 당연하다. 나그네에겐 모두가 색다른 경험이요 이색 풍경이요 짙은 향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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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