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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1.05 18:16:17
  • 최종수정2015.01.16 11:32:46

고산지대 트레킹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코스들도 다양하다. 네팔의 히말라야 산군(山群)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Annapurna) 루트도 그중 하나다.

충북일보가 창간1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이 곳 해외 고산 트레킹 루트를 선정한 까닭은 분명히 있다. 안나푸르나가 충북 산악인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출발은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에서 시작한다고 봐야 옳다. 적어도 국내 트레커들이 직접 그 곳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렇다.

트레커들은 카투만두에서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포카라(Pokhara)까지 가야 한다. 국내선이라야 30인승 쌍발 여객기가 고작이다. 하지만 비행 도중 눈에 잡히는 히말라야의 풍광은 트레커들의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소요시간은 약 40분 정도.

포카라 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마차푸차레(Machhapuchare)의 위용이 눈에 들어온다. 송곳니처럼 하늘로 치솟은 설봉(雪峰)은 마치 박차고 드는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 같다. 손에 잡힐 듯 근거리에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저 착시일 뿐이다. 트레커들은 포카라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카메라 셔터 눌러대기에 여념이 없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네팔 제2의 도시이면서 각국 관광객과 트레커들이 북적이는 관광도시다. 시간이 허락하면 호수 주변을 비롯해 시내를 산책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낡은 자동차와 오토바이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 그리고 비포장 도로에서 날아 오르는 비산 먼지가 첫 인상을 흐리게 한다. 하지만 안나푸르나의 절경을 보기 위해선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본격적인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시작점은 나야풀(Nayapul)이었다. 그러나 계곡으로 접근하는 교량이 놓이고 길이 정비되면서 접근이 한결 편해졌다. 우리 일행 역시 포카라에서 12인승 소형 버스로 나야풀까지 갔다. 그런 다음 SUV 차량 두 대에 분승, 킴체(Kimche)라는 마을로 이동했다.

산허리(해발 1640m)에 걸쳐 민가 서너 채가 있는 오지마을이다. 먼지를 마셔 가며 위험천만한 낭떠러지 비포장길을 올라야 한다. 이 과정이 포장도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예사롭지 않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다양하다. 우선 나야풀에서 푼힐(Poon Hill) 전망대를 거쳐 촘롱(Chhomrong)이나 타다파니(Tadapani)에서 곧바로 하산하는 순환 코스가 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그대로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MBC)를 거쳐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까지 올라도 좋다.

우리는 나야풀에서 킴체를 거쳐 촘롱-시누아(Sinuwa)-밤부(Bamboo)-도반(Doban)-히말라야(Himalaya)-데우랄리(Deurali)-MBC-ABC까지 갔다. 그런 다음 다시 촘롱까지 내려와 지누단다(Jhinudanda)-칼차네(Kalchane)-토자(Toja)-시와이(Siwai)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가장 일반적인 루트 중 하나다.

첫날 카투만두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시장 끼가 가득한 배를 킴체에서 비빔밥으로 채웠다. 포터들에게 짐을 인계한 뒤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첫날 목적지는 간드룩(Ghandruk:1940m)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롯지다. 이곳까지는 비교적 순탄하다. 트레킹 첫 날이니 맛보기로 두어 시간만 걷도록 김웅식 대장이 배려한 것 같다.


깎아지른 산세와 비탈면을 일궈 만든 다랑이 논과 밭, 백년설이 녹아 흐르는 계곡 물줄기를 감상하며 걷는 재미가 그만이다. 온갖 생필품을 나르는 당나귀 행렬과 아슬아슬 교행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숙소에 닿았다. 포터들이 옮겨 놓은 짐은 벌써 도착해 있다. 저녁을 먹고 촘촘히 박힌 밤하늘의 별을 감상한 뒤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달랬다.


핸드메이드 목조 침대에 피곤한 몸을 맡겼다. 아열대 기후답게 낮에는 강렬한 햇볕이 따가웠다. 그러더니 밤 기온은 뚝 떨어져 침낭 속에서도 냉기가 올라왔다. 끝내 잠을 설쳤다.

둘째 날. 고소 예방을 위해 찬물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해 어제 저녁에 이어 아침에도 물티슈 몇 장으로 목욕(?)을 마쳤다. 식사를 끝내자마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V자형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은 뒤 촘롱을 거쳐 다시 계곡을 하나 더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산등성이에 걸쳐 있는 곳이 오늘의 목적지 시누와(2340m)다.

난이도가 중급이라는데 장난이 아니다. 가파른 비탈길을 숨이 턱에 닿도록 걸어 큰 산 두 개를 넘는 동안 이미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계곡의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 알 것 같다. 건너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셋째 날. 역시 물티슈 세면에 이어 식사를 끝냈다. 난이도 상급의 하루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MBC 바로 밑에 위치한 데우랄리(3200m)다. 주로 밀림지대다. 때문에 비록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험난한 코스지만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걷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칼날 같은 V자형 히말라야 계곡을 따라 이런 우거진 숲길이 있으니 그저 행복할 뿐이다. 바위산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도, 숲에서 마주치는 원숭이 무리도, 지저귀는 새소리도 모두 친구다. 오후 4시께 숙소에 도착했다. 하루종일 청명했던 하늘이 순식간에 안개구름으로 덮였다. 물론 그 좋던 주변 풍광도 삼켜 버렸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짐을 풀었다. 가장 먼저 고생한 발부터 냉기어린 물로 닦아줬다. 새 양말로 갈아 신었다. 날아갈 것 같다. 아직 고소 증세가 없어 다행이다. 저녁 식사 후 침낭 속에 드니 난이도 최상급이라는 내일 여정이 걱정된다.

넷째 날. 새벽 5시 일어나 부지런히 식사를 마쳤다. 어둑어둑한 숙소를 나서 갈 길을 재촉했다. 오늘 코스는 거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올라야 하는 해발고도가 수직으로 1km에 달한다. 방한모자로 무장하고 추위를 견뎠다. 고도를 높이다보니 마차푸차레가 어느덧 바로 코앞에 서 있다.


신령스러운 설봉 사이로 태양빛이 쏟아지더니 그렇게 춥고 으스스했던 날씨가 갑작스레 따스해졌다. MBC를 지나니 비교적 넓고 완만한 경사지가 나타났다. 그 위에 안나푸르나 설산의 위용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손에 잡힐 것 같았지만 큰 착각이었다.

머리가 갑자기 어지러워지고 뒷머리가 뻐근해졌다. 이내 발걸음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고통이 밀려왔다. 우려했던 고소증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행 중 누구도 예외가 없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가 코앞에 있다. 눈으로 봐서는 수백 미터밖에 안 되는 듯 보였다. 또 착각이었다. 기진맥진한 몸으로 2시간 정도를 기어오르다시피 해 겨우 ABC에 도착했다.


이미 와 있던 김 대장이 직지루트를 개척하려다 이곳에 몸과 영혼을 묻은 충북 산악인들을 위해 그들의 추모탑 앞에 우리가 준비해 간 제물을 차려놨다. 정신을 가다듬고 고인들의 영령 앞에 일행 모두가 숙연한 마음으로 제를 올렸다. 위로와 위안이 됐으면 했다.

안나푸르나(8091m)는 우리가 서 있는 지점에서 거의 4000여m를 더 올라야 한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며 죽음을 담보로 도전했던 충북 산악인들이 더욱 위대해 보인다. 새 해를 맞으며 그 추모비 앞에서 충북일보가 도전정신을 듬뿍 담아왔다.

/이봉표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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