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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표 전무와 함께하는 터키여행 - '에페소' 도시 전체가 노천박물관

  • 웹출고시간2013.07.28 19:09:45
  • 최종수정2015.01.16 11:32:38

목화의 성 파묵칼레를 뒤로 하고 또다시 3시간 정도를 남서쪽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에페소(Efes). 에게해 연안에 위치한 고대도시로 지배와 식민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혀 있다.

유물의 시기도 매우 다양해 정확하게 도시의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로마제국 당시 소아시아의 수도를 이 곳으로 옮긴 이후 많은 건축물이 세워지면서 전성기를 이뤘다.

로마의 그 유명한 황제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와 이 곳에 체류하기도 했고 이후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또다른 문화를 접목시켰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이 곳은 도시 전체가 그대로 유물이요 고적이며 노천박물관이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는 발품을 좀 팔아야 제대로 흔적을 음미할 수 있다. 온통 영어와 터어키어로 된 유물 안내판 중엔 종종 한글판도 눈에 들어오는데 한 국내 글로벌 기업체가 세운 것으로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저비용으로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을 듯 싶다.

동로마 제국시대 그리스 정교의 본산지였던 성소피아 성당. 지금은 이슬람 등 두 종교가 공존하는 박물관이다.

이 도시에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축물은 단연 셀수스 도서관. 서기 135년 셀수스의 무덤 위에 처음 지어진 이 건물은 우리나라 중학교 교과서 표지에서도 볼 수 있는 고대 건축유물이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건물은 지진으로 파괴 됐다가 최근 땅 속에 흩어져 있던 돌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현재의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고고학적으로 복원기술의 최고 산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당시 두루마리형 양피지로 된 도서 1만5천권을 소장했었다고 하니 규모면에서도 대단하다. 황제가 다니던 '퀘르트 거리' 주변 건축물 중에는 메두사의 부조로 유명한 '하드리아누스 신전'을 비롯해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 목욕탕, 국회의사당, 귀족 및 평민 거주공간 등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이중 스콜라스티카 목욕탕은 1세기에 3층 구조로 지어졌다가 지진으로 파괴됐으나 4세기 스콜라스티카라는 기독교인에 의해 재건축된, 당시로서는 빼어난 시설이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좌식 공중화장실. 현지 가이드가 자연친화적 수세식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목욕탕과 하드리아누스 신전 사이엔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목욕탕에서 사용된 온천수를 대리석 좌식 변기 아래로 흘려보내 대소변을 자동수세식 방식에 의해 자연친화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점이 놀랍다. 변기는 일렬로 배치돼 옆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돼 있고 일을 본 후에는 발 아래 흐르는 물에 손을 씻을 수 있게 했다. 현장에서 변기에 직접 않아보니 실감이 제대로 난다.

발 문양을 그려 놓고 이보다 큰 발을 소유한 사람만 사창가를 출입할 수 있다고 홍보한 일종의 광고판.

셀수스 도서관과 국회의사당을 지나 원형경기장으로 가다보면 성인 발자국 그림이 그려진 대리석을 볼 수 있는데 창녀촌 이용자를 모객했던 그림이라고 하니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광고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완벽할 정도로 복원된 부채꼴 모양의 3단형 원형경기장은 수용규모가 2만4천명에 이르는 대형이다. 다른 곳도 비슷하지만 중앙에 무대가 있어 공연이 가능하고 투우 등 동물과의 격투경기도 할 수 있다.

에페소에서의 잔잔한 감동들을 뒤로 하고 시린스(Sirince)라는 마을에 들러 터어키산 와인을 시음한 뒤 에게해 연안도시 이즈미르(Izmir)로 넘어가 하루를 묵고 국내선 비행기로 이스탄불에 입성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터어키 최고급 공동묘지 위에 위치한 피에르로티(Pierre Loti) 언덕. 터어키 전통차 '차이' 한 잔 마시면서 보스포러스 해협의 골든혼을 감상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전망이 빼어나다.

프랑스 장교와 터어키 처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실화(비록 불륜이지만)로 전해오는 이 곳은 실제 인물인 장교가 귀국 후 죽은 아가씨를 잊지 못해 다시 이 곳에 와 찻집을 차리고 자신의 못다한 사랑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장사도 아주 잘 돼 주변엔 발디딜 틈이 없다.

여행 일주일 만에 술탄아흐메르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처음 한식으로 점심을 한 후 본격적인 시내 투어에 나섰다. 첫 대상은 오스만트르크 황제들이 살았던 톺카프(Topkapi) 궁전으로 Top은 대포를, Kapi는 문이라는 뜻. 보스포러스 해협을 바로 옆에 끼고 있는 이 궁전은 술탄 메메트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뒤 건설해 400여년 동안 모두 24명의 술탄(황제)들이 기거했다. 그러나 건축물 보다는 황제들이 사용했던 유물과 전성기 시절 외국에서 보내온 선물의 전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린다.

터어키 여행 필수코스인 그랜드바자르(전통시장) 내부 모습. 출입구만 해도 20개가 넘고 5천여개의 상점이 밀집해 있다.

무기방, 시계방, 회의실, 옷 방, 선물방, 보석방 등으로 구분돼 있는데 유독 보석방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84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전시돼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 전시장의 보물을 모두 내다 팔면 터어키 국민이 10년은 먹고 살 수 있다고 할 만큼 진귀한 보석이 많다.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자니 술탄들의 권력에 취한 모습과 주변국에서 온 사신들이 머리를 읍조리며 선물과 조공을 바치는 모습이 겹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강한 나라라도 권력자가 독선과 오만과 아집에 빠지면 망국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역사적 진실을 톺카프 궁전이 웅변하고 있다.

궁전에서 나와 그 유명한 그랜드바자르(Grand Bazar:터어키 전통시장)로 발길을 옮겼다. 물론 두발로 걸어서다. 이스탄불 시내 관광은 대부분 구시가지에 몰려 있어서 도보로 관광이 가능하다.

약 4천여개의 상점이 몰려 있는 이 시장의 기원은 비잔틴 제국때로 알려져 있다. 이어 터어키가 이스탄불을 점령한 후 크게 번성하다가 화재와 지진 등으로 소실된 다음 1461년 현대적인 아케이트 2개가 설립되고 이어 오스만 시대를 거치면서 지진과 화재의 반복 속에 오늘날의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 중 하나로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다. 분위기는 우리의 남대문 시장 냄새가 나지만 취급 물건이 제한돼 있는게 만물상이 몰려 있는 남대문 시장과 다르다. 소매치기와 신용카드 사용을 조심하고 흥정은 필수다. 그러나 물건의 질이 낮아 몇몇 기념품 말고는 아이스 쇼핑으로 만족하는게 좋다.

저녁은 '술탄 정식'이다. 주 메뉴는 오스만제국의 술탄들이 즐겨 먹었다는 터어키의 진정한 프리미엄 양갈비 특식. 여기에 빵, 스프, 샐러드, 돌마(깻잎에 밥을 말아 만든 음식), 쿄프테(쇠고기를 갈아 완자처럼 뭉쳐 구은 음식), 양고기 시시, 과일, 견과류와 함께 와인이 나오는데 좀 짠게 흠이라면 흠.

어느덧 여행 마지막날이 밝았다. 35도를 웃도는 날씨지만 볼 것이 많아 지체할 기간이 없다.

보스포러스 해변에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해 건설한 돌마바흐체 궁전. 재정난으로 오스만제국의 멸망을 초래했다.

먼저 찾은 곳은 돌마바흐체(Dolmabahce) 궁전.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고 지었다는 이 궁전은 오스만제국의 최후를 지켜본 건축물로 외부 규모도 규모지만 내부의 호사스러움이 베르사이유 못지않다. 모두 286개의 방에 홀만 46개로 오스만제국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지었지만 결국 이 건물을 지으면서 제국이 무너졌다니 충분히 수긍할만 하다.

로마시대의 전차경기장으로 사용했던 히포드롬 광장의 오벨리스크도 프랑스 콩코드 광장에 서 있는 같은 종류의 돌덩이와 함게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집트 투투모스 3세가 태양신에게 바친 거석(巨石)을 3등분한 뒤 노예를 시켜 바다건너 운반하다 힘에 지친 노예들이 2개는 바다에 버리고 26m 높이의 상층부만 가져온게 이 작품이다. 한마디로 전리품인 셈인데 제자리를 못 찾고 있어 안타깝다.

성소피아 성당 내부의 모습. 아치와 돔의 기하학적 원리를 이용해 지진을 버텨왔다.

광장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그 유명한 성소피아 성당이, 오른쪽에는 일명 블루모스크로 불리는 술탄 아흐멧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성소피아 성당은 눈으로 직접 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세계 최고의 걸작 건축물 1위로 선정했을 만큼 불가사의한 기하학적 구조로 지어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당시 건축가가 아닌 수학자들의 머리로 지어진 이 건물의 키워드는 돔과 아치를 이용한 구조에 있다. 기둥없는 초대형 공간도, 지진에 끄떡없이 버티고 있는 각 층의 대리석 슬라브도 돔 및 아치에 해답의 실마리가 있다.

블루모스크 사원은 당초 성소피아 사원을 모방해 지으려 했으나 당시의 기술로는 돔과 아치의 실마리를 풀지 못해 결국 네 곳에 기둥을 세운 구조로 건축됐다. 그러나 이 건물이 관광객들의 인기를 모으는 건 돔 형식으로 된 창문의 모자이크 유리에서 빛을 받아 발산되는 푸른색의 기운이 바닥의 붉은 카펫과 조화를 이뤄 신비로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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