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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표 전무와 함께하는 터키여행 - 고대·현대 아름다움 공존

  • 웹출고시간2013.07.25 17:36:16
  • 최종수정2015.01.16 11:32:31

카파도키아에서 콘야로 가려면 3시간 이상 평야지대를 달려야 한다. 도로변에는 추수가 끝난 밀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약 2시간을 달렸을까. 휴게소라며 차가 멈춰선 곳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수로에 물도 흐르고 아름드리 나무도 제법 자라 있다. 잠시 쉬어가기 제격이다. 휴게소 옆엔 평지엔 어울리지 않게 요새처럼 생긴 '성(城)'이 버티고 서 있고 그 옆엔 'KARAVAN SARAY'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그 옛날 실크로드 상인들이 묵어가던 곳으로 산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돌로 여관 외곽을 두텁게 쌓았단다.

얼마를 더 달려 종교적 색채가 뭍어나는 이슬람 전통도시 콘야에 도착, 여장을 풀었다. 이 도시에서는 종교적인 규범 때문에 술을 일체 팔지도, 먹지도 못한다고 해서 호텔식 식사를 마치자 마자 미리 구입해둔 터어키 맥주 '에페스' 한 캔을 들이킨 후 잠자리에 들었다.

콘야에서 시데까지는 타우르스 산맥을 넘어 4시간 이상 소요된다. 타우르스는 '소의 등을 닮았다'는 뜻으로 내륙과 지중해를 가르는 거대한 산맥이 소 등 처럼 생겨 붙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타우르스 산맥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수령이 수백년은 됐을 법한 침엽수림과 빼어난 기암괴석들이 무참히 잘려지는 현장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 산정 휴게소에서 바라보니 주변 경치가 그만이다. 터널로 시공하는게 좋았겠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머리에서 맴돌았다.

지중해 최대 휴양도시 안탈리아 항구 유람선에서 아내와 함께. 터어키 국민들처럼 국기를 사랑하는 국민도 드물다.

버스가 내리막길을 달리더니 이내 탁트인 지중해가 시야에 들어온다. 덥지만 창문을 열고 코발트색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고대도시 시데(Side)에 도착했다.

로마가 지배했던 이 조그만 지중해 연안 도시는 고대와 현대가 공존한다. 발굴하다가 만 아폴로신전, 겨우 표토만 걷어낸 아치형 구조의 원형경기장 등 2천년전 로마시대의 흔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화산재에 묻혀 있다가 최근들어 빛을 보기 시작했지만 터어키 정부는 서두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이들 유물 말고도 관광자원이 많은데다 발굴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고대도시'라는 의미의 아스펜도스(Aspendos)라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 그곳에도 시데에서 보았던 것보다 크고 잘 보존된 원형경기장이 있다. AD 180년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절 만들어진 부채꼴 모양의 투우경기장 겸 공연장이다.

현존하는 원형극장 중 가장 보존이 잘 됐다는 아스펜도스. 내부 입장이 가능하며 지금도 공연이 가능하다.

2층 구조의 관객석은 모두 20개의 계단으로 돼 있는데 중간 중간 복도용 계단이 별도로 나 있을 만큼 섬세하게 설계돼 있다.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무대는 지금도 각종 공연이 열릴 만큼 완벽하다.

아스펜도스로 들어서는 도로변 전신주에 'TROY''라는 테마의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 옛날 로마시대의 역동성이 이들 유물들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느낌이다.

시데에서 버스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지중해 최고의 휴양도시 안탈리아(Antalya) 역시 고대와 현대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도시다.

우선 휴양도시에 왔으니 아름다운 바다를 구경하는게 순서.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황홀한 빛깔과 탁트인 전망, 그리고 해안에 바짝 붙어 있는 오밀조밀한 집들이 관광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이곳은 1년중 10개월이나 해수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이 온화해서 지중해 연안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코발트빛 지중해 바다를 돌고 있자니 나도 로마시대의 황제가 된 기분이다. 저 멀리 타우루스 산맥의 스카이라인이 때론 병풍처럼, 때론 파노라마처럼 뱃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제야 왜 유럽인들이 10여시간씩 차를 몰고, 또는 비행기를 타고 이곳으로 몰려드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바닷 풍경에 혼을 뺏기고 나자마자 고색창연한 안탈리아 구도시의 전통가옥들이 또한번 극동에서 온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짧게는 100년에서 길게는 300년 정도 된 건물들은 비록 낡기는 했어도 한 채 가격이 10억원을 넘을 만큼 인기다.

전통가옥의 매력에 푹 빠져 황소걸음으로 구시가지를 빠져 나오면 하드리안게이트가 눈에 들어오면서 길 건너에서부터는 현대물이 물씬 풍기는 신시가지로 연결된다.

안탈리아 구시가지 입구에 위치한 하드리안게이트. 이 곳을 방문한 로마 황제를 환영하기 위해 세워졌다.

하드리안게이트는 평화를 사랑한 로마의 하드리안 황제의 방문을 기념해 시민들이 세운 것으로 3개의 아치를 4개의 고린도식 돌기둥이 떠받치며 거의 손상없이 그 시대의 건축양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구시가지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신시가지의 모습을 구경하며 시내를 빠져나와 하루를 묵고 파묵칼레(Pamukkale)로 향했다.

안탈리아에서 파묵칼레로 가려면 다시 타우루스 산맥을 넘어야 한다. 약 4시간 정도 이동하는 동안 눈에 들어온 풍경은 온통 올리브와 무화과 나무, 그리고 밀밭이다.

파묵칼레의 신비로운 석회붕 전경. 마치 설탕이나 소금으로 만든 계단식 논을 보는 듯 하다.

파묵칼레는 터어키 여행코스 '빅3'중 하나로 꼽히는 신비로움 가득한 곳. 내륙지역에서 만난 이 작은 마을은 로마제국 이전 너무나도 평온한 시기에 황제가 백성들을 위해 건설한 이후 소문이 나면서 전성기에는 인구 15만명의 도시로 발전했었다고 한다.

원래 도시 이름은 성스러운 도시라는 의미의 '시에라폴리스'였으나 당시 목욕 문화에 거부감이 있는 터어키인들이 점령하면서 점차 폐쇄된데다 지진까지 덮치면서 도시형테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버림을 받았다가 다시 관광도시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파묵칼레는 목화(pamuk)와 성(kale)이 합쳐진 이름. 온 세상이 백색설탕을 뿌려 놓은 듯하다. 목화를 주로 재배해온 현지인들은 이 모습이 마치 활짝 핀 목화밭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석회석 성분의 온천수가 흘러 하얀 웅덩이인 석회붕(石灰硼)을 만들고 다시 넘쳐 흘러 또다시 그 밑에 웅덩이를 만드는 과정이 오랜 세월 반복되면서 오늘날의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천 온천수엔 미네랄과 알칼리 성분이 풍부하고 피로회복에도 그만이라고 해서 바글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아내와 온천수에 발을 담갔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해 피부병을 고치거나 심신이 지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목화의 성 이외에 주변엔 초대형 목욕탕(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중)을 비롯해 원형경기장과 온천수를 공급하기 위한 수로 등 수천년전 유물들이 산재해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백 마디 설명이 필요없는 이 곳. 신비로운 나라 터어키를 더욱 신비롭게 해 주는 곳이 파묵칼레다.

저녁엔 단층 구조(이 곳은 지진 때문에 모든 건물이 2층 이내로 제한됨)의 근처 호텔에서 온천수로 피로를 말끔히 씻으니 여행 본전을 모두 뽑은 기분이다.


터어키탕의 진실

터어키탕이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퇴폐의 온상으로 인식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온천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그 뿌리를 찾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터어키탕의 본래 모습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온천이나 일반 목욕탕, 사우나탕의 경우 몸을 담그는 탕(湯)이 가운데 자리잡고 있지만 터어키탕의 경우 바닥과 벽면 전체가 대리석으로 돼 있고 은은한 장작 열기로 서서히 땀을 내도록 돼 있다. 중앙 대리석에 두어 시간 누어 건식(乾式)으로 땀을 낸 뒤 개인 샤워실에서 몸을 씻으면 된다. 특히 온천을 이용한 '하맘'의 경우 류마티즈나 피부병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현지에서는 인기다. 터어키탕에서는 남자들끼리도 치부를 가리고 대리석에 여럿이 누어 담소를 나누는게 일반적인 풍경이다. 퇴폐의 온상이 아니라 정보 교류의 장이면서 여론이 모아지고 걸러지는 사교의 장인 셈이다. 여러 사람이 물 속에 함께 들어가는 우리의 목욕 문화와 비교해 청결면에서도 좋을 듯 싶다. 터어키 당국이 퇴폐의 온상처럼 잘못 인식돼 있는 터어키탕의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공식 요청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이 용어가 거의 사라지긴 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그 진실을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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