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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01 17:51:49
  • 최종수정2015.11.01 17:51:50

김준환

충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은 한 번에 5~6마리, 많게는 10마리의 새끼를 한꺼번에 낳는다. 고릴라는 평균 자기 몸무게의 약 2%에 해당하는 몸무게의 새끼를 낳는다. 그러나 인간은 약 6%에 해당하는 아이를 출산한다. 원숭이와 북극곰은 2분 만에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고작 1명의 아이를 낳는 인간에게 있어 출산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극심한 고통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왜 이런 출산의 고통을 인간만이 겪어야 하는 것일까?

출산을 통한 고통의 기원은 구약성서에서 볼 수 있다. 에덴동산에 살던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먹게 되고 이를 알게 된 하나님의 노여움으로 남성에게는 평생 노동을 해야 하는 고통이, 여성에게는 출산을 통해 아이를 낳아야 하는 고통이 안겨진다. 종교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출산 역시 신의 노여움에 비견될 정도로 고통이 수반됨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출산은 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현대의학이 도입되기 전인 40~50년 전만 하더라도 출산 도중 산모가 사망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인간이 출산을 통해 고통을 겪는 이유는 직립보행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만물의 영장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 잃은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다른 네발 동물에서 발생하지 않는 척추질환, 무릎질환, 내장질환을 얻게 되었고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것을 잃게 만들었다. 직립보행 때문에 내장을 떠받치기 위해 골반이 펼쳐짐으로써 아이가 태어나는 길목인 산도는 더욱 좁아졌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 출산 시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산모들의 99%는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출산한다. 197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한국 산모의 75%가 가정에서 출산을 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매우 커다란 변화라 할 수 있다. 제왕절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산모들은 오랜 시간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산통을 겪으며, 어느 순간 무통 주사를 맞는다. 경우에 따라, 진통 시간이 길어지면, 옥시토신과 같은 분만 유도제를 맞고, 관장, 제모, 회음절개로 이어지는 굴욕 삼종세트를 거친 다음에야 출산을 마친다.

이러한 과정이 의학기술의 발전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여전히 전체 출산의 30% 가량이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나아가, 출산의 절반 이상을 조산사가 주도한다. 그럼에도 네덜란드의 모성 사망률은 출산 10만 명당 16명으로 미국의 17명보다 낮다. 이 같은 통계는 미국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에서 조산사가 출산을 도왔던 여성들이 의사 주도로 출산을 한 여성들에 비해 제왕절개 비율이 낮았고, 유도 분만, 회음절개와 같은 의학적 개입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영아 사망률도 낮았다. 게다가 1970년대 이전 미국에서도 유행했던, 관장, 제모, 회음절개의 관행 역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늘날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관행과 풍경이,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는 특이한 일이거나, 과거의 일이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출산 방식이 산모와 태아, 가족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여전히 의료적 관행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조금씩 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출산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관점의 변화에 따라, 출산을 어떻게 하는가라는 관점 역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에게 '아기를 밖으로 꺼내는' 분만이 아닌,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출산으로 행복한 이벤트를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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