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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23 18:09:23
  • 최종수정2015.08.23 18:09:23

김준환

충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고(故) 스티브 잡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이들의 공통점은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인종·성에 대한 편견 등을 딛고 부와 성공을 일궈낸 미국인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서 보듯 아메리카 드림으로 상징되는 기회의 땅 미국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이 높을 것이란 예상은 적중하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계층이동이 활발한 평등한 사회일까? 이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경제적 지위의 이동성이 오히려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덜 평등한 사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마르쿠스 잔티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득수준 하위 5% 가정의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여전히 같은 생활수준에 머무르는 비율이 42%에 달했다. 즉, 두 명 중 한 명꼴로 가난의 대물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덴마크(25%)나 영국(30%) 등 전통적으로 계급 이동이 힘든 것으로 알려진 유럽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에서 소득수준 하위 5%의 아이가 어른이 돼 상위 5%에 진입한 경우는 8%에 불과해했다. 덴마크와 영국의 경우 각각 14%와 12%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 시점에서 소득불평등도가 낮을수록 부의 대물림 정도가 낮아지고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이 커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국가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반면 미국처럼 소득불평등도가 큰 나라들은 부의 대물림도 심하고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이 매우 낮다. 흔히 미국이 유럽에 비해 불평등은 심해도 더욱 역동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세대 간 계층이동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분배의 불평등이 기회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늘의 분배는 내일의 경쟁을 준비할 여건으로 작용하고, 부모의 소득은 자식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분배의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정치과정에서 중하위 소득계층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부유층의 입김이 강화된다. 최근 국회의원 자녀 두 사람이 로스쿨이라고 불리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딴 다음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원하는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식으로 국민의 공분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강남지역 학생들이 외고, 과학고를 거쳐 명문대를 휩쓸고, 경제력 좀 있어야 로스쿨도 가고 판검사 꿈도 꾼다고 한다. 물려받은 게 없는 이들은 용이 되기 어렵다고들 한다. 지금 국내 최대의 기업을 이끄는 이들 또한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성공을 발판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중턱에 내려 등산을 시작하니, 보통 사람들이 아무리 새벽부터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올라와도 경쟁이 되기 어렵다. 불공정 게임이다. '실력 앞에 부모 있다', '취업하는 것보다 금수저 물고 환생하는 게 더 빠르다', '가장 잘 서야 하는 줄은 탯줄'과 같은 인터넷 공간을 달구는 청년들의 분노와 자조는 안쓰럽다. 개인이 노력해서 성공하는 확률보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을 비꼬는 표현들이다.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는 기회만큼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개천에서 태어나도 용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기회의 공정은 정의로운 사회의 최소 필요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그리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는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혁신가를 배출한다.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그 혁신가가 우리 청년들 속에서 수없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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