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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여 부를 이루는 사회보다는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사회

  • 웹출고시간2015.12.27 14:22:35
  • 최종수정2015.12.27 14:22:35

김준환

요즘 세대를 초월하여 안방을 장악한 드라마가 화제다. 바로 '응답하라 1988'이다. 맛깔 는 연기와 복고에 대한 향수가 인기의 원천이다. 대문 앞 평상에 앉아 수다를 떠는 이일화, 라미란, 김선영 아줌마 3인방의 활약은 새로운 개그코드로 자리 잡았다. 함께 모여 나물도 다듬고 낮에는 맥주도 한 잔 하며 아들 이야기, 사람 사는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끔씩 쏟아지는 거침없는 19금 대화는 보는 이의 재미를 더한다. 젊은 청춘들의 고뇌와 사랑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공감을 이끌어 낸다. 민주화 물결, 서울올림픽 등 당시 주요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건이 다뤄진다.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는 비디오카메라, 세탁·탈수 기능이 분리된 세탁기, 못난이 인형, 칼라 TV, 가스레인지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디테일한 소품들은 드라마를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가족애, 이웃 간의 정에서 나온다고 생각된다. 가족 코드가 있기에 그 시절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줌마 3인방이 시장을 보러가서 국수를 사먹는 장면이 드라마에 나온다. 1그릇에 800원. 노점 국수가게 주인 할머니는 고봉으로 한가득 국수를 말아 낸다. 서로 돈을 내겠다는 아줌마들 사이에 잠시 실랑이와 함께 내민 3천원에 주인 할머니는 잔돈을 준비하지만 이내 사양하고 돌아선다. 달걀 몇 개를 쥐어든 채로…. 이웃집이 부상당해 병원에 입원하면 동네 주민들이 총출동하여 함께 걱정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은 따뜻해진다.

분명 경제적 생활수준은 1988년보다 훨씬 나아졌는데 왜 그 시절의 '쌍문동 골목길'이 부러운 걸까· 그때보다 지금 더 행복해진 게 맞긴 한 걸까· 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과 정이 그 때보다 적어져서일까· 지금처럼 대형마트에서 일주일 치 음식재료를 몽땅 사 냉장고에 쌓아두지 않던 시절에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샀다. 적게 사고 적게 팔아도 골목 상권은 그런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어느 샌가 대형 슈퍼마켓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자취를 감췄다. 동네 문방구도 마찬가지였다. 골목 아이들의 집합소였던 그곳도 대형문구센터의 등장과 함께 문을 닫았다. 재래시장이 사라지고 골목 상권이 붕괴하는 것은 도시화, 경쟁, 성장, 대형화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발전의 결과이다. 지나친 경쟁은 사회적 유대를 약화시키고 사회적 인간을 해체하며, 지속적으로 불평등을 확대한다. 시장은 효율성을 위한 메커니즘이지 사회통합을 위한 메커니즘은 아니다. 넘쳐나는 상품들과 편리한 생활, 성장의 열매는 달콤하고 욕망은 계속 커져가고, 인간성은 훼손되고 있다.

과연 경제가 성장하고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재화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이 사회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급속한 경제성장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경제성장이 당연한 것인 양 여기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다시 생각해야 할까· 국가정책은 발전도상형의 경제성장 전략만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높여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 협동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선진국이다. 사회구성원들의 공감과 연대감, 의사소통, 상호 호혜성, 공평성을 높은 협력 시스템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미래사회의 모델일 것이다.

협력과 이기심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가르치느냐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잠시 멈춰 서서 성장물신주의에 집착하여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렸던 가치와 미래를 헤아리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경쟁하여 부를 이루는 사회보다는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사회'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에 이제는 우리가 응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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