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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

충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영국의 대표적 포스트모더니즘 소설가인 파울즈(John Fowles)의 소설 '콜렉터(The collector)'의 주인공 프레드릭은 나비 채집에 광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는 상류층 미대생인 미란다를 동경한다. 프레드릭은 성장과정에서 여성에 대해 열등의식을 지니고 있어서, 미란다를 사랑할 수 없기에 그녀를 나비처럼 채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나비를 채집하려면 그 습성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그녀를 채집하기 위해 그녀의 성격과 생활 등등의 자료를 수집한다. 그리하여 지금이 몇 시인지만 알면 그녀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채집한 나비를 보관하듯이 그는 그녀를 데려다 놓을 집도 준비해 놓았다. 그 집은 자기가 이 집에 갇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탈출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탈출이 불가능하도록 개조한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그는 저녁 무렵 차를 가지고 미란다의 집 근처 골목에서 그녀를 마취해 납치한다. 프레드릭은 미리 준비한 집에 그녀를 가두고 마치 채집한 나비를 들여다보듯 보고 싶을 때마다 그녀를 찾아가서 본다. 미란다의 탈출을 위한 모든 시도는 이러한 방식으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끝난다. 밀폐된 공간에 오랫동안 갇힌 미란다는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애원을 하나 그는 병원에 가면 자신의 납치가 들통이 날 것을 걱정해서 데리고 가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남자의 애절한 간호 속에서 죽고 만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사랑한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의 차이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남자 주인공 프레드릭은 미란다를 무척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생활을 조사하고, 그녀를 위해 집도 마련하고 정성껏 사육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들이다. 만약에 그가 그녀를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는 납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폐렴에 걸렸을 때 애절한 간호 대신 병원에 데려갔을 것이다. 물론 병원에 갔다가는 그녀를 납치한 죄로 감옥에 갈 것이지만, 만약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감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남자는 미란다를 무척 좋아했으나 결코 사랑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건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건 그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좋아한다는 것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것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이타심을 바탕으로 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을 꺾지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꽃에 물을 준다. 고양이는 쥐를 좋아하지만, 쥐를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돌이켜보면 사랑이 아니라 프레드릭과 같이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좋아하는 일면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게 많을수록 삶은 풍성해지고 생활의 만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좋아하는 상태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사랑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뭔가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존재가 사랑하는 대상에게 도움과 위로와 힘이 되길 원한다. 그래서 사랑은 필연적으로 이타적이며, 배려와 희생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 좋아하는 대상을 배려하거나 대상의 입장에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모든 행동이나 상황들을 사랑하는 대상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배려하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사랑받으려는 것은 좋아하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사랑받으려고 떼쓰지 말자.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계절에 호시탐탐 사랑하자. 사랑은 행복의 최종 완성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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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